"미국이 탈중국화를 시도한다 해도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국은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고도의 기술·금융을 수출해 외수를 키우고 국산화를 통해 내수를 육성하는 ‘쌍순환 경제’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금융학과 교수는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시노믹스,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가 미국의 시장 자본주의에 무너질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안 교수는 중국 출생으로 옌볜 대학 교수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에서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 연구 및 경제개발 정책가로 활동 중이다.
안 교수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경제·군사·문화를 둘러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 "새로운 패권국가가 등장할 시점이 되긴 했지만 미국이 앞으로 몇십년간은 계속 패권을 가져갈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중국의 부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미국이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며 ‘탈중국화’ 또는 ‘탈동조화’를 시도하는 데 대해 "과거에는 미국이 고용주이고 중국과 주변국이 피고용인인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밸류체인이었지만 지금 중국은 큰 시장과 기술을 바탕으로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갖추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대체 불가능한 국가가 됐다"며 미국이 탈중국화로 기존의 패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 인도와 베트남이 제시되고 있는 데 대해 안 교수는 "인도는 중국에 버금갈 만큼 인구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교통 등 인프라가 부족하고 종교나 민족 갈등이라는 리스크가 있다"며 "또 베트남은 인구가 1억이 채 되지 않아 임금 비용이 중국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교수는 미래 4차 산업이 도래하면서 미국의 탈중국화 시도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술 개발이 더 어려워지고 투자 비용도 기존보다 10배는 더 들 것이기 때문에 이럴수록 각자도생보다는 분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중국은 글로벌 4차 산업 밸류체인에서 지식재산권(IP)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AI)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가고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은 큰 시장과 인력을 바탕으로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외수와 내수를 동시에 키우는 ‘쌍순환 경제’로 생존 전략을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견제할 때 기술을 연마해 기술 수출국으로서 외수를 키우고 국가 단결과 국산화를 통해 내수 시장을 키워 쌍순환 경제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중국이 심천을 쌍순환 전략의 중심지로 키울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홍콩 옆에 있는 심천에 국제 도시로서의 홍콩의 기능을 옮겨와 세계적인 기술, 금융, 물류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중국이 글로벌 4차 산업 밸류체인에서 기술적인 요충지가 되면 한국에도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한국 등 주변 기술 국가들과 함께 아시아의 4차 산업 시장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주변국 인재 관리도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에 한국 등에서 인재를 데려오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