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탁 핀크(Finnq) 대표는 조선비즈가 13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0 미래금융포럼’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2년 통신사들의 무선인터넷망 개방이 지금의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거대 플랫폼을 만들어낸 것처럼, 지난해 12월 시작된 오픈뱅킹이 금융산업의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권 대표는 곧 마이데이터 시대까지 본격화한다면 다른 금융 경쟁사들과의 협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권 대표는 하나금융그룹의 핀테크계열사인 핀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핀크는 2016년 하나금융그룹과 SKT의 합작사로, 고객에게 편리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94년 입사 후 SKT와 하나금융 등 금융·통신 양쪽 업계를 오간 권 대표의 경험이 성공적으로 핀크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권 대표는 오픈뱅킹 전면 시행 이후 핀테크 기업 최초로 오픈뱅킹 특화 서비스를 선보였고, 데이터3법 통과에 따라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도 준비 중이다.
권 대표는 이날 ‘오픈뱅킹, 그리고 빅테크’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오픈뱅킹에 따라 금융산업의 새로운 혁신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권 대표는 "(오픈뱅킹 이전에는) 타 은행들과의 계좌 연결이 불가능해 핀크 이용자들의 항의와 이탈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오픈뱅킹이 시작됨에 따라 모든 은행과의 연결이 완료됐고, 우리 직원들에게도 올해부터가 핀크 시작의 원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개방·경쟁·혁신 등 3가지 키워드로 오픈뱅킹을 정의했다. 오픈뱅킹에 따라 은행간 개방이 되고, 이를 통해 경쟁이 이뤄지고 혁신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오픈뱅킹을 계기로 ICT 기반의 거대 금융사가 탄생하는 건 시간 문제"라며 "금융산업 혁신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편의도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권 대표는 전통 금융산업에서의 경쟁력이 좋은 입지, 철저한 리스크 관리, 서비스에 대한 보안과 안정성이었다면, 오픈뱅킹 시대에서 경쟁력이 되는 요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먼저 스마트폰 등 비대면 접점 내 고객과의 관계 구축 수준을 높이는 역량이 제시됐다. 기술과 금융을 조합시킬 수 있는 역량과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금융서비스를 개선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하다고 했다.
권 대표는 "데이터 3법이 통과하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연구할 수 있게 됐고,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보안과 시스템, 중장기적 성장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재무구조 등도 여전히 유효한 요소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오픈뱅킹을 통해서 대한민국 금융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기존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할 정도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나 기업)가 누가 될 것인지는 예단할 수 없다. 전통 금융사, 인터넷뱅크 혹은 또다른 핀테크 업체가 될 수도 있다"면서 "다만 플레이어들이 이런 역량들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금융규제가 얼마나 완화될지에 따라 게임 체인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마이데이터 시대까지 도래하면서 경쟁의 또 다른 축인 ‘협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권 대표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시작되면 정보 균형성이 이뤄짐에 따라 고객이 직접 필요한 금융 상품을 만들게 되는 시대가 오게 된다"며 "이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른 금융사들과 협력하고 또 경쟁하는 협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