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도 가치 소비는 부상... "빅데이터 활용해 망설이는 고객 잡아야"
온라인 소비 가속화할 것... “온·오프라인 통합 접근 필요해”
정부 유통 규제, ‘소비자 후생’ 측면의 재검토 절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가 28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 유통산업포럼’에서 ‘음식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는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통산업 생존전략’를 주제로 ‘제8회 유통산업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참가자의 안전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사전 등록자만 500명에 달할 만큼 이목을 끌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코로나19에도 우리 유통산업은 다양한 유통 채널과 촘촘한 배달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상품 공급해 유통 선진국의 저력을 보여줬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통산업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국경을 초월한 경쟁으로 시장이 급격히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통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소비자 삶의 방식을 정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도 제때 포착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콕’에 뜬 가정간편식... 친환경·고급화가 성패 가를 것
이날 강연에 나선 전문가들은 고급화와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불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대면 서비스는 고급화되고 그 외의 것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산업 구조로 바뀔 것"이라며 △친환경, △나를 위한 소비, △멀티 스트리밍 채널, △가정간편식(HMR), △간편대체식품(CMR) 등 5가지 신(新) 트렌드를 제안했다.
노 대표는 코로나로 '격리 경제'가 부상한 가운데에도 명품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위기 상황에도 나를 위한 가치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한 배달음식과 HMR에 관해서는 “수많은 간편식이 시장에 나와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과거엔 가격으로 경쟁을 했다면, 앞으로는 가격이 더 비싸도 품질과 공정을 따지는 간편식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오프라인 외식업장에서는 인구 밀집도가 낮은 개방형 식당이나 소규모 그룹에게 장소를 대여해 주는 대관사업과 소규모 그룹파티와 집에서 여는 홈파티 등의 니즈를 고려한 케이터링 사업 등을 유망사업으로 꼽았다.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2020 유통산업포럼에서 '유통업계 빅데이터 활용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조선비즈
'유통업계 빅데이터 활용전략'을 주제로 강연한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은 다르다"며 "소비자의 생각보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빅데이터 분석이 신사업 개발, 품질 예측, 고객 유치, 인사 관리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며 다양한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GE는 항공엔진운항 데이터를 분석해 각 부품의 고장 가능 확률을 계산하고 최적 보전 서비스를 시행한 결과, 항공 엔진 최적 보전 서비스의 매출이 기존 엔진 판매 매출을 뛰어넘었고, 아마존은 전체 매출의 40%를 이전 구매 내역을 통해 고객이 관심가질 상품을 먼저 제안하는 우선 노출을 통해 얻는다. 아마존은 한 발 더 나아가 고객이 어떤 상품에 관심 있는지를 파악해 고객이 주문하기도 전에 배송하는 '선배송' 시스템도 개발했다.
무엇보다 조 교수는 "기업이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 경영자는 빅데이터를 회사 전체의 의제로 만들고 부서 간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영의 성패는 최고 경영자의 비전과 리더십이 결정한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전환 가속도... 유통 규제 재검토 필요
‘코로나 이후 유통 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는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의 진행으로 업계 관계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유통업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 유통산업포럼’ 대담에서 (왼쪽부터) 좌장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와 정동섭 딜로이트 전무,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 조기영 롯데 미래전략연구소 상무가 토론하고 있다. /조선비즈
정동섭 딜로이트 전무는 “코로나 사태는 지금까지 해 온 비즈니스 모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고객의 가치와 서비스에 대한 반응, 상품에 대한 인식 등이 바뀌고 있다. 이제 업체들은 달라진 고객의 니즈에 대응해 똑같은 상품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은 “지금까지 대형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비슷한 치킨게임 양상이었다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특정 업체의 시장 점유 속도가 빨라지면서 유통산업의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생과 안전 가치, 공급망 관리, 위기관리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코로나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세 가지 가치는 하반기에도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라 예상했다.
조기영 롯데 미래전략연구소 상무는 “앞으로 유통사들은 기존의 경쟁력을 온라인과 어떻게 결합해 변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기존의 오프라인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오프라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식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유통업 규제에 대해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유통산업에 적용하고 있는 정부 규제는 크게 출점 규제와 의무휴업 두 가지다. 규제 대상이 기존의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유통산업 규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 전무는 “복합쇼핑몰 규제는 국민의 권리를 앗아가는 정책이다. 규제 일변도로 가기 보다는 많은 데이터를 공개해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고, 이 소장은 “규제의 출발은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상무는 “지금까지 규제를 논의할 때 소상공인, 전통시장, 대형마트, 정부 입장은 여러 각도로 다뤄졌지만, ‘소비자 후생’ 측면은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시장 모두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게 상호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