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가 주최한 30일 '2019년 회계감사 콘퍼런스' 패널 토론 참석자들은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표준감사 시간제 등의 내용을 담은 신외부감사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선할 점에 대해 지적했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란 6년간 기업이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추후 3년간은 금융당국이 직권으로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마다 적정한 감사투입시간(표준감사시간)을 정해놓고 해당 시간만큼 감사에 투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웅 TS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표준감사시간제는 회계법인과 기업이 경험과 특수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업종과 업황, 자산구성, 구성 비율, 재무적 안정성에 따라 기업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기적 지정제에 대해서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실 직권 지정제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되지, 모든 상장사에 획일적으로 지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기천 조선비즈 논설주간은 "기업들은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다는 데 불만이 있다"면서 "결국 회계사들이 다치지 않으려고 보수적으로 하자는 것인데, 올바른 절차를 거쳐 판단했다면 처벌 과정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공정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현 국제회계기준(IFRS1109)에서는 특별한 예외사유가 없는 이상 모든 지분상품을 공정가치(시가)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장기업은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김웅 대표는 "공정가치와 관련해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사 등의 외부평가기준이 불확실하고 편차가 심하며, 다른 신평사와 회계법인이 서로 간의 분석을 인정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스타트업 투자가 많은 우리 같은 벤처캐피탈은 감사인에 따라 재무제표가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지정감사인 제도와 관련한 감사인 점수제, 표준감사시간 가중치 수정 필요를 요구하는 의견이 나왔다. 손영채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이에 대해 "지정감사인 제도를 운영하려면 감사인 점수를 산정할 수밖에 없고, 표준감사시간 가중치 또한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회계는 정확한 숫자를 드러내는 과정일 뿐 처벌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평가다. 이동근 한영회계법인 위험관리본부장 겸 품질관리 실장은 "경영진이 감사인과의 유착으로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면서 "경영진은 경영활동에 전념해야 하며,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매출 1000억원당 1명이 내부회계관리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곳이 15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또 "기업이 스스로 내부회계 이슈를 밝히면 징계를 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영채 과장은 "금융위가 감독지침을 남발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운영하면서 염두에 둘 것"이라며 "표준감사시간제는 안 지켰을 때 제재하자는 의견이 있긴 하지만 강제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다. 앞으로도 이해관계인 의견을 잘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이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