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도 자신만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노희영 YG푸즈 대표)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대기업과 국가 경제에도 좋지 않다. 국가 차원에서 대기업과 골목상권간의 상생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법 개정과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의 세번째 세션 ‘골목상권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서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과 자영업자간 상생 강화의 필요성과 골목상권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세션에는 노희영 YG푸즈 대표, 옥우석 인천대 교수, 이상훈 중소벤처기업부 실장,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 의장, 권오인 경실련 국장, 박지훈 변호사, ‘벌집삼겹살’을 운영한 개그맨 이승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옥우석 교수는 "한국은 전체 고용의 21%에 달하는 564만명이 자영업자인 ‘자영업자의 나라’"라면서 "50대 이상 재취업 시장이 불안정한 데다가 전자상거래, 복합쇼핑몰을 선호하는 소비 습관의 변화 등 여러 구조적인 문제로 골목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영업자 3대 비용’으로 불리는 인건비, 임대료, 카드 수수료까지 겹쳐 여건이 녹록치 않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옥 교수는 "창업 준비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준비 안된’ 창업자 비중이 75%에 달한다는 점도 문제"라면서 "정부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유통마진 배분, 원부자재 강매, 인테리어 강요 등 불공정거래행위 근절과 임대료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희영 YG푸즈 대표는 구조적인 문제가 당장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도 철저한 시장 조사와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 대표는 "흔히들 ‘할 일 없으면 밥집이나 할까’라고 하는데 나는 늘 ‘밥집은 죄 많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라면서 "맛있고 친절한 것은 기본이고 조금만 손님이 불편해 해도 무조건 주인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골목상권이 실패한 이유가 대기업 자본과 임대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면서 "골목상권에 뛰어들기 전에 나만의 대체불가 차별점, 상권에 대한 완벽한 이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고객과의 소통 능력 등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골목상권이 협의체를 만들어 힘을 키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상권 자체 행사를 기획하고, 소셜미디어 채널 홍보를 위해 협력하고 건물주와의 긴밀한 협약을 주도해 상권의 매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벌집삼겹살’ 창업자였던 개그맨 이승환씨도 "3~4년 전 똑같은 메뉴와 전략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면서 "골목상권을 살리는 킬러 콘텐츠를 내가 잘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설립의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 의장은 "대만에서 들어온 대왕카스테라가 인기를 끌자 가맹점 교육을 갔다온 사람이 가게도 내기 전에 ‘신대왕카스테라’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면서 "수익이 날 수 없는 이런 프랜차이즈의 창업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 실장은 "자영업자들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는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 지원, 제로페이 도입, 임대료 인상률 제한 등의 정책을 추진해왔다"라면서 "현재는 상권 르네상스 프로그램을 통한 상권 단위 지원책 마련, 폐업한 자영업자의 재창업 지원, 소셜미디어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소상공인 제품의 디지털화 등의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