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감사시간 도입은 감사품질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비(非)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입니다."
정영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3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9 회계감사 콘퍼런스’에 참석해 "표준감사시간 제도는 감사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부실감사를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옛 금융감독위원회 감리위원과 금융감독원 회계자문교수, 한국회계기준원 자문위원 등을 두루 거친 기업 감사 전문가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새 외부감사법의 큰 줄기인 표준감사시간은 적정 감사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감사품질을 확보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마련됐으나 감사보수 상승이 불가피해 기업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정 교수는 표준감사시간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한 아파트 단지에 붙은 공고문을 화면에 띄웠다. 공고문에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6조에 의거해 공인회계감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최저가 업체인 OO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정한다’고 적혀있었다.
정 교수는 "이 회계법인이 제시한 연간 감사보수료는 102만원이고, 아파트 단지는 738세대"라며 "12개월로 나누면 감사인이 받는 월 감사보수료는 100원"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감사품질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다만 중·소형 회계법인은 표준감사시간 충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표준감사시간은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가 구분한 11개 외부감사 대상 회사 그룹별 산식에 감사팀의 숙련도 조정계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도출한다.
정 교수는 "중·소형 회계법인은 대형 업체에 비해 수습회계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숙련도 조정계수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표준감사시간 증가라는 비현실적인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