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 감사인이 지위를 이용해 기업에 부당한 자료와 비용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감사 보수에 대한 결정 기준과 각 자료가 감사 증거로서 충분한지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이를 검토하는 위원회를 별도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는 3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회계감사 콘퍼런스’에 참석해 "감사인이 기업에 부당한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등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면 감사인으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 조항이 있지만, 여전히 감사인들이 보수를 과도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2020 회계연도부터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율적으로 6년동안 선임하면, 그 다음 3년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된다. 기업이 회계법인을 장기간 자율 선임하면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갑을관계’가 형성돼 부실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됐다.
김 교수는 감사인의 과도한 감사보수 요구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이드라인과 위원회 별도 구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과도한 보수의 결정 기준을 설정하고, 기업과 감사인 간 의견차이가 발생했을 때 조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나 검토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후 징계가 아닌 사전적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소회계법인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감사인지정 점수를 산출할 때 인력 등에 대한 ‘투입 기준’ 변수만 고려하고 있다"며 "감사인 지정 점수를 계산할 때 ‘품질관리가중치’를 반영해 품질이 우수한 감사인이 더 많이 지정받도록 하는 모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회계법인이 감사인 지정을 받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그 효과를 보는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연간 약 220개 회사가 지정되는데, 중소회계법인은 가~나군에 속하지 않다보니 최소 2021년 이후가 돼야 감사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 등록하는데, 실제 혜택은 2~3년 뒤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군 이하 감사인의 경우, 등록요건을 만족하는 것이 가능한지, 만족하려면 어느정도 일정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며 "등록 요건 중 일부 항목에 대해선 감사인이 2~3년 이내 달성 가능한 계획 일정표를 제출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