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가 진짜로 시행되면 최근 상승 추세인 집값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입니다. 실수요자들은 이 제도를 공급 축소 신호로 받아들여 신축 아파트 투자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10일 조선비즈 주최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해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국내 부동산 시장은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고 교수는 ‘시장경제 원리로 바라본 부동산 시장 전망’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고 교수는 정부 규제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부동산은 철저히 시장 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6개월 미만의 단기부동자금 규모를 보면 무려 1000조원에 이른다"며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해도 이런 자금의 힘이 워낙 세다 보니 정책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지난달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아파트 청약 결과를 예로 들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래미안 라클래시는 1순위 청약에서 일반분양 물량 112가구에 총 1만2890명이 몰려 평균 1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는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어서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데도 청약 열기는 뜨거웠다"며 "성수동 트리마제는 전용면적 69㎡가 수개월 사이 10억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정부가 지난 8월 도입을 발표한 민간 택지(宅地)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역시 앞서 내놓은 8·2 대책(2017년), 9·13 대책(2018년)과 마찬가지로 시장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서울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를 낮출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분양 감소에 따른 기존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최근 ‘철거를 이미 시작한 단지’ 등 일정 조건을 갖췄을 경우 6개월간 적용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고 교수는 "현재 서울에 30년 넘은 재건축 후보 아파트가 18만호 이상 된다"며 "분당 신도시 2개와 맞먹는 규모인데, 이 아파트들의 재건축에 차질이 생기면 수요자들은 자연스레 비교적 새 아파트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전세자금 대출 규제까지 강화했지만 그럼에도 갭 투자(전세보증금을 안고 집을 사는 것)하는 사람은 되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고 교수는 또 내년도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한층 치열해지리라 전망했다. 그는 "강남·강북 모두 해당한다"며 "광명·과천·하남 등 서울 접경 지역의 청약 경쟁률도 강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상가 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고 교수는 "예전에는 유동인구가 많으면 좋은 상권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온라인 구매 시대"라며 "최고의 노후 준비 방법이 상가 투자라는 고정관념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