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티켓몬스터는 자체 ‘모바일 커머스(상거래)’ 플랫폼인 '티비온(TVON)' 생방송을 통해 '정형돈 도니도니 돈까스'를 판매했다. 방송인 정형돈이 직접 출연해 진행자와 농담을 주고 받는 식으로 진행된 방송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돈까스는 판매 당일 전량 매진됐고, 방송 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며 게시 닷새만에 조회수 200만을 넘겼다.
22일 '2019 유통산업포럼'의 첫 세션 '콘텐츠와 플랫폼이 주도하는 디지털커머스의 미래'에서 발제를 맡은 김현수 29CM 부사장은 정형돈의 돈까스를 '미디어 커머스'의 성공 사례로 꼽았다. 미디어 커머스는 콘텐츠를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부사장은 "마케팅과 판매가 모바일로 대동단결하며 디지털 커머스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며 "미디어 커머스에서는 콘텐츠를 보는 곳이 상품을 사는 곳이 되고, 또 마케팅 공간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션에 참가한 패널들은 TVON과 같은 미디어 커머스가 TV홈쇼핑을 뛰어넘는 주요 판매채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모바일 플랫폼은 홈쇼핑 채널처럼 수수료를 내거나, 대단한 인프라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TV 이상의 미디어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김세종 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 사무총장은 "디지털 커머스는 아이디어와 기술, 스토리만 있으면 소비자들에게 접근이 가능하다"며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소 유통기업에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과 동일한 기회가 열린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도한 CJENM 디지털커머스 상무는 "미디어 커머스가 케이블 채널 광고시장의 둔화를 상쇄하고 있다"고 봤다. 김 상무는 "CJ 내 다다스튜디오라는 커머스 채널에서 인기를 끌었던 뷰티 동영상이 조회수 4000만을 기록했는데, 트래픽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왔다"며 "TV를 뛰어넘는 규모의 경제를 글로벌 차원에서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커머스에서는 인플루언서(대중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플루언서 개개인이 확보한 구독자들이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다. 김현수 부사장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맥락'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인플루언서를 기용하려면 어떤 플랫폼에서 독자층을 형성했는지와 같은 맥락을 봐야한다"며 "예컨대 인스타그램에서 팬층을 형성한 인플루언서의 경우 티몬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한다"고 했다.
디지털 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손현호 페이스북코리아 상무는 "제품 구매 과정에서 고객들이 단계별로 느끼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마찰(friction)'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중"이라며 "상품이 어울릴지 안어울릴지를 고민하는 감정적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AR(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하거나, 구매 경로를 단축시키는 등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커머스에 규제 완화, 상생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추동우 롯데e커머스 BT본부장(상무)은 "한국의 경우 모바일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개인정보, 위치 확인 동의를 매번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고객의 활용성 개선을 위해 풀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김세종 사무총장은 "소규모 기업들이 디지털 커머스 생태계에 더욱 많이 편입될 수 있도록 광고후불제와 같은 상생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