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파트너를 고를 때는 결혼을 결정하듯 신중하게, 다양한 사안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고든 조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PE)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이날 "충분한 지식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아야 협업을 통해 기업도 혁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엘리베이션 PE를 설립한 조 대표는 20년간 백화점, 화장품 등 소비재에 투자해 왔으며, 미 유명 사모펀드 로하틴그룹(TRG) 한국 대표를 거친 인물이다. 로하틴그룹에 있을 당시 bhc·창고43·그램그램 등 5개 프랜차이즈의 출구전략(exit)에 성공했다.
조 대표는 "유통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수십년 전통의 유통업체들도 파산하고 있다"며 "유통환경 변화에 맞춰 기술이나 인재확보, 인수합병 등을 위해 자금이 필요할 때 사모펀드 투자를 받으면 좋다"고 했다.
실제 1893년 설립된 백화점 체인 시어스부터 장난감 업체 토이저러스, 의류업체 나인웨스트·아메리칸 어페럴 등은 새로운 유통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매출이 줄었고, 파산신청에 이르렀다.
조 대표는 "사모펀드와의 관계를 잘 이용하면 좋지만, 고민 없이 손을 잡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사모펀드 업체가 얼마나 유통업종을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특히 함께 일할 팀원들이 어떤 경험·경력을 가졌는지, 어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의사결정자가 미국이나 영국에 있으면, 결정 과정에서만 1~2주가 넘어 빠르게 시장 대응을 할 수 없다"며 "의사결정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대표는 사모펀드의 실패 사례를 보며, 투자를 받는 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2016~2017년 파산한 유통기업의 3분의 2 정도가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그는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더라도, 유통기업이 준비가 안돼있다면 실패한다"며 "일부업체는 부채가 너무 많아서 혁신을 시도할 여력이 없고, 예상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모펀드 투자 성공사례로는 자신이 엑시트를 주도했던 bhc치킨과 큰맘할매 순대국 등을 예로 들었다. bhc는 5년간 매출이 4배가 성장했고, 폐점률도 2013년 31%에서 2016년 2%로 줄었다.
조 대표는 로고를 바꿔 bhc의 기업 이미지를 바꿨고 1년에 2번씩 신메뉴를 연구 개발해 내놓았다. 이전까지는 2년동안 메뉴개발이 전혀 없었던 상태였다. 이외에도 △마케팅 투자 △공장 설립 △데이터 수집 △인수합병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조 대표는 마지막으로 "엄청난 변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적인 여유가 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안전한 업종은 없다"며 "다른 기업들도 충분한 자금을 통해 지속해서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