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은 저혈압과 같습니다. 위축되고 수축되고 기운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대산업개발이 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설까요? 땅을 사서 아파트 지어 파는 것보다 낫다고 보는 겁니다. 그렇다면 위기가 올 때는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요? 현금입니다. 현금을 창출하는 배당주나 리츠(REITs, 부동산투자전문뮤추얼펀드)를 추천합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의 첫번째 세션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윤 센터장은 "한국 경제가 악화되고 한국 증시가 못난이 상태가 된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많이 받은 측면이 있겠지만, 정책 리스크 또한 컸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정부 내에서도 '임금이 너무 빨리 오른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변화할 조짐이 보인다"면서 "디플레이션 중에서도 자산 가격은 하락하면서 빚 부담이 증가하는 '부채 디플레이션'이 가장 우려되는데, 일본도 이런 과정을 거쳤던 만큼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활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디플레 시대에는 현금이 창출되는 배당주나 리츠 투자를 추천한다고 했다.
그는 "2011년 이후 가치주는 코스피지수 성과를 밑돌았지만 가치주 영역임에도 배당주는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다"면서 "주가 하락으로 기대 배당수익률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만큼 배당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했다. 리츠에 대해서도 "롯데쇼핑의 롯데리츠가 조만간 상장할 예정이고, 다른 유통기업이나 대기업도 리츠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최근 기업들이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코스피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이 계속 내려가는 것은 총자산회전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총자산 중 매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일부 비효율 자산은 매각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거나 고효율 자산을 편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위기 이전 60%대였던 총자산 회전율은 올해 30%대 초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는 또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내년 8월까지 중국 위안화에 준기축통화 지위를 부여하되 중국 정부가 절상(위안화 강세)을 용인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현실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1일까지 진행되는 고위급 회담에서 '스몰딜'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내년까지 일차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의 위안화 강세"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원화는 어느 정도 위안화와 연동돼 있는 만큼 위안화 강세가 나타나면 한국 증시도 양호할 수 있다는 것이 윤 센터장의 분석이다.
=안재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