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미래금융] "플랫폼 비즈니스는 금융이 갈 길"…성황리 폐막

미래금융과 플랫폼 비즈니스’를 주제로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미래금융포럼이 막을 내렸다. 조선비즈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금융권과 정보통신(IT) 기업 관계자 4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포럼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바꿀 미래 금융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전략과 의견이 제시됐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융 플랫폼 활성화 계획과 규제 개혁 방안도 들을 수 있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금융 플랫폼의 발전은 그 자체로 금융혁신이자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을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관찰되는 가장 의미있는 변화는 플랫폼을 이용해 과거에 쉽게 닿을 수 없었던 중소기업, 취약계층의 영역까지 금융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이라며 "최근 금융혁신의 화두였던 핀테크의 경우 단순히 송금, 투자자문 등 기존의 금융서비스를 기능별로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투자, 대출, 신용평가 등 외연을 확장한 다각적인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금융서비스 제공의 주체도 전통 금융회사에서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플랫폼 전략의 대가 칼 아쓰시 히라노 네트스트레티지(NetStrategy) 대표는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 상위 기업의 핵심 공통점은 플랫폼 전략"이라며 "새 상품 출시보단 공간 창출에 대해 고민해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칼 아쓰시 히라노 네트스트레티지 대표(오른쪽)가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미래금융포럼’에 참석해 이성용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조선비즈

히라노 대표는 "플랫폼 사고방식이란 내가 어떤 그룹을 매치(연결)할 수 있을지, 어떤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100만달러를 벌려고 하기보다는, 10명의 파트너와 1억달러를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이같은 플랫폼 사고방식을 가진 기업의 수익성이 훨씬 뛰어나다"고 했다. 

히라노 대표는 기조연설 이어 이성용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대표와 특별 대담을 진행했다. 히라노 대표는 "수많은 핀테크 기업이 전통금융 플랫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나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 있는 건 기존 은행"이라고 했다. 은행들이 방대한 금융정보를 오랜 기간 축적해온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미래 디지털금융 환경에서도 충분히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히라노 대표는 일부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을 무너뜨릴 기술로 블록체인을 꼽았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지금보다 더 고도화되면 플랫폼 분산화도 자연스레 빨라질 것"이라며 "탈중앙화에 속도가 붙으면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봤다.

기조연설 이후 에릭 판 밀텐버그(Eric van Miltenburg) 리플 글로벌 사업본부 부사장의 강연이 진행됐다. 그는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도 글로벌 지급결제는 속도, 비용, 신뢰도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지급결제 시장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밀텐버그 부사장은 "송금한 지 3~5일이 지나야 결제 정산이 끝나고, 글로벌 금융사들이 지급결제를 위해 각국의 은행에 예치한 자금 규모만 총 10조달러"라며 "일어나지 않은 지급결제에 대비해 10조달러가 묶여있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이어 "전체 글로벌 지급결제의 6%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라며 리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지급결제 분야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세션은 카카오뱅크와 토스, 뱅크샐러드, 보맵 등 국내 금융플랫폼 대표 기업들이 자신들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 놀라운 경험 주지 않으면 바로 사라질 수 있다"며 "기존에 없었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수영 카카오뱅크 전략파트장은 ‘와우 익스피어리언스(Wow Experience)’를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카카오뱅크는 1년8개월만에 고객수 900만명을 달성했다. 이 파트장은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은 사용자들에게 ‘와우’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놀라운 경험을 주지 않으면 그 앱은 곧 삭제된다"며 "카카오뱅크는 은행이지만 결국엔 앱을 이용한 비즈니스라서 앱 완결성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간편송금업체 토스의 박재민 사업담당 이사는 "송금 서비스의 혁신부터 시작했다"며 "특정 서비스가 토스 성장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 서비스가 잘 됐을 때 그 다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 결정을 빠르게 해서 혁신을 지속했다"고 했다.

자산관리 플랫폼 기업 뱅크샐러드의 장한솔 데이터플랫폼 총괄매니저는 아이폰의 운영체제(OS)인 iOS에 가계부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장 매니저는 "안드로이드OS에서 실험했던 가계부 서비스를 iOS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했다.

모바일 보험 플랫폼 보맵의 김옥균 부대표는 보험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다. 김옥균 보맵 부대표는 "소비자들의 97%가 이미 보험 가입자였다. 보험을 팔겠다고 하면 ‘또 보험에 가입하는 거냐’며 반감이 생겼을 것"이라며 "보험을 판매하지 않고 사후 관리로 접근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3세션 연사로 나선 우이 휴이 팅(OOI Huey Tying) 그랩페이 매니징 디렉터는 "소비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핸드폰에 내려받고, 지우지 않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줄 안다"며 "우리의 경우는 그랩 사용자를 기반으로 그랩 앱 안에 모바일 지갑(월렛)을 만들면서 이 부분을 쉽게 풀었다"고 했다. 그랩페이는 2012년 출시한 차량 호출서비스 회사 ‘그랩(Grab)’에서 출발한 모바일 지급결제사다. 

그는 "철저한 현지화, 좋은 파트너와의 협업, 편리한 서비스를 토대로 동남아시아에서 성장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동남아시아 어디에서도 그랩을 손쉽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6개국에서 e-머니 라이센스를 받았다"고 했다. 지급결제 기업으로 6개국의 e-머니 라이센스를 받은 것은 그랩페이가 처음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미래금융포럼’에 참석했다./ⓒ조선비즈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4세션 연사로 나서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부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정부는 금융산업의 경쟁과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핀테크에서 찾고 있다"며 "신생 핀테크 기업 뿐만 아니라 전통 금융회사의 핀테크 부문 확장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권 단장은 정부가 핀테크 활성화에 힘쓰는 이유 중 하나로 최근 세계 금융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을 꼽았다. 빅 블러란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뜻으로, 최근 금융과 IT(정보통신), 제조업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권 단장은 "특히 빅 테크(Big Tech·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영향력 및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술 기반 기업집단)의 금융산업 진출이 활발하다"며 "빅 테크는 고객 네트워크와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전향적으로 운영하고, 낡고 복합적인 규제는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며 "지금까지는 전통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데 다소 제약이 있었는데, 상반기 중에 이같은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버트 웡(Albert Wong) 월드퍼스트(World First) 아시아지역 담당 이사는 마지막 세션에서 "플랫폼 기업의 최종 목표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생태계가 형성되면 글로벌 사업자들이 참여하기가 수월해지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업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월드퍼스트는 영국계 핀테크 기업으로 가상계좌를 활용해 전세계 전자상거래 판매자 및 기업의 결제, 송금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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