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바꿀 미래금융’을 주제로 논의된 조선비즈 2018 미래금융포럼 첫 번째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될 경우 지급결제, 보안 등의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무차입공매도 사태로 큰 혼란을 일으킨 삼성증권과 같은 일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준성 KEB하나은행 부행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조선비즈 2018 미래금융포럼 1세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한준성 KEB하나은행 부행장은 블록체인과 금융의 접목에 대해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하나만으로 이뤄지지 않고 다른 기술과 합쳐져야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과 접목한 금융혁명이 블록체인을 매개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한 부행장은 “블록체인은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이전, 교환하는 것은 물론 리스크관리와 투자 및 펀딩 등 크게 8개의 부문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행장은 하나은행의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를 예로 제시했다. GLN은 한국의 티머니나 포인트 등 각국 금융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디지털자산을 블록체인망을 활용해 세계 곳곳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한국 금융소비자가 티머니를 일본에서 블록체인망을 활용해 교환해서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한 부행장은 “1950년대부터 70여 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네트워크를 장악했던 비자, 마스터, 스위프트 등의 결제사업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지급결제 시스템을 주도한 회사들에 종속된 서비스에서 벗어나 금융사들이 블록체인 기술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해가고 있다는 얘기다.
패널로 참여한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지급결제 시스템의 주도권 변화가 블록체인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연구위원은 “증권사나 보험회사조차도 은행을 통하지 않고는 소액결제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는 은행 중심 폐쇄적 지급결제시스템이 현 주소”라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개인 대 개인(P2P) 지급결제가 도입되면 금융투자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라고 했다. 주식거래 등에서 은행 결제망을 이용하는 현 시스템의 근본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분야의 보안시스템 활용방안도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패널로 참여한 하재우 한국R3대표는 “최근 삼성증권 사태는 무차입 공매도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블록체인과 암호화 기술이 합쳐지면 이런 무차입공매도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있다”며 “금융당국에 있어 블록체인은 큰 축복”이라고 했다.
삼성증권 사태는 삼성증권 직원의 실수로 우리사주에 배당금을 입고하면서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해 발행되지도 않은 28억주의 주식이 임직원들에게 잘못 입고됐고 16명의 직원이 501만주를 시장에 팔면서 주가가 급락한 사태다. 이런 보안상의 문제가 블록체인과 암호화기술 기반의 시스템에서는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좌장을 맡은 정유신 서강대 교수도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부문은 보완”이라며 “늘어나고 있는 (금융의) 비대면거래를 할 때 (블록체인의 활용이) 점점 중요해진다”고 했다.
한편 정부 규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완화해야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도 규제가 너무 엄격하게 적용되면 아무 쓸모가 없다”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테스트베드(시험시도)를 할 수 있는 사업과 할 수 없는 사업이 구분돼 있는데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 선진국은 기술만 있으면 모두 테스트베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행장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빅데이터를 금융사들이 활용할 때 어려운 부분이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정보 등을 블록체인으로 활용하는 방식에는 제한된 부분만 허용되는 게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최훈 금융위원회 국장은 “블록체인은 보완기술이 확장된 네트워크에 적용되는 기술”이라고 보며 “블록체인에 국한해서 말하면 정부는 기술 중립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2016년부터 블록체인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용역형태로 진행해왔고 각 업권별로 서비스를 시범도입하고 있다”고 했다.
최 국장은 “다만 개인정보보호에서 착오송금 문제가 중요한데 퍼블릭(공공) 블록체인 도입은 제도적, 기술적 장벽이 많다”며 “그 부분은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착오송금 등 대규모 보안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은행 등 공공부문에서 블록체인 망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규제를 갑자기 완화하는 것보다는 순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