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논의가 현재 유통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기원한다.” -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차기 정부가 경쟁력 있는 선진 유통산업 정책을 수립하는데 오늘 논의된 의견들이 크게 기여하길 바란다.” - 김병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제5회 유통산업 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조선비즈는 저(低)성장기 소비 트렌드를 알아보고, 미래 유통산업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포럼을 기획했다.
송의달 조선비즈 대표는 개회사에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분위기고,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보복행위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국내 또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대선 정국에 따른 경제민주화법안 입법으로 안팎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을 진단해보는 자리”라고 말했다.
◆ 英·美·日 유통 전문가 대거 참석…“유통, 소비자 트렌드 따라 계속 진화해야”
이번 포럼에는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영국, 미국, 일본의 유통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영국의 고가(高價) 가구 브랜드 힐스(Heals)의 윌 홉하우스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소비자들은 더이상 매장에서 제품만 구매하려고 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길 원한다”며 “브랜드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힐스는 대영박물관 옆에 매장을 가진 고급 브랜드이지만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는 업체로, 고가 가구 브랜드 가운데 제일 먼저 전자 상거래 시장에 진출해 유로존 더블딥 당시 불었던 저가 가구 열풍에서 살아남았다.
유통업 컨설팅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AT커니의 권소영 미국 오피스 파트너는 “우버(Uber)는 세계 최대의 택시 회사이지만, 회사 명의 택시가 한 대도 없고, 스카이프(Skype)는 가장 큰 통신기업이지만 통신망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자산 부담이 가벼운 모델을 채택했기 때문에 유연하고 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홉하우스 회장과 권소영 파트너는 기조연설 이후 장대련 한국마케팅학회장(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과 가진 특별 대담에서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35세 이하의 젊은이들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중지를 모았다.
'세계에서 우리와 생활습관, 소비습관이 가장 비슷한 나라'로 평가되는 일본에서 참석한 타카기 히로유키 노무라종합연구소 소비재 부문 상석 컨설턴트는 "저성장 늪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 속에서 계속 성장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높은 소비자 충성도를 유지했다"며 "세븐일레븐, 유니클로(UNIQLO), 무인양품(MUJI), 이온(AEON) 등의 유통 채널은 소비자를 계속 붙잡아 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의 후지야 슌스케 해외사업 담당 매니저는 "일본은 편의점, 슈퍼마켓 등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발전해 최근까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보급률이 4.8%에 불과할 정도로 약했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유통시장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면세점 업계 “中 사드 보복, 국내 관광업 경쟁력 강화 계기로 삼아야”
여러 국내 유통 채널 가운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편의점과 면세점에 대한 논의도 빠지지 않았다.
임재국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과거 일본 편의점과 오늘날 한국 편의점을 연결하는 공통 소비 트렌드로 ‘인구 고령화와 PB제품 및 서비스 강화’, ‘매장의 대형화’ 등을 꼽았다.
임 연구위원은 “한국보다 먼저 1인가구가 등장한 일본은 ‘나카쇼쿠(중식·집밥과 외식의 중간말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을 사서 식사를 해결하는 행태를 의미)’를 기반으로 한 식품 PB제품이 전체 편의점 매출의 30%에 달한다”며 “한국 편의점과 일본 편의점의 평균 매장 규모는 약 20평(66㎡) 정도 차이 난다. 일본에서는 세븐 프리미엄, 패밀리마트 콜렉션, 로손 셀레트 등 프리미엄 점포가 등장하면서 매장의 대형화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지만,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도열 한국면세점협회장은 “면세점 업계는 일단 정치적 상황이나 주변 여건, 정부 대응이 호전되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업계 스스로 중국 일변도인 소비자 층을 동남아나, 일본 쪽으로 다변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일부 업체는 일본에서 대형 로드쇼를 개최할 예정이고, 동남아와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하는 액션 플랜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전방위적으로 성장하는 O2O(Online to offline) 관련 산업에 대해선 O2O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홍종욱 티몬 부사장은 티켓몬스터가 티켓 예매 등 소셜커머스에서 식품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게 된 이유에 관해 “식품 사업의 온라인 구매 비중이 낮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고, 소비자의 기업충성도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SK플래닛 상무는 “최근의 소비 맥락을 살펴보면 소비자는 본인만의 ‘취향’을 중요시한다”면서 “O2O가 지향해야할 방향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본인 취향에 맞는 소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년째 논란을 빚는 대규모 점포들과 전통시장의 상생 방안에 대해선 대기업이 가진 기술력과 자금력을 중소기업이 가진 유연성과 창의성, 혁신DNA와 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재영 동반성장위원회 국장은 “ “대기업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양보를 통한 시혜성 또는 단발성 중소기업 보호를 지양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관계·유통업체 VIP “유통 산업 발전 방안 마련하는 기회로”
이번 포럼에는 정관계를 대표해 김병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김도열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 서덕호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과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이해선 코웨이 대표이사,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 장재영 신세계 대표이사, 김상현 홈플러스 대표이사, 이영식 한샘 사장, 허민회 CJ오쇼핑 대표이사, 이건준 BGF리테일 부사장, 조성형 매일유업 부사장 등이 자리했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이어진 포럼에는 일반 참가자 3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주형환 장관은 “앞으로 유통산업과 이(異)업종간 융합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고,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은 “저성장기에 유통산업을 동반 성장 산업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선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