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은 다수 경제주체간 연결과 협력을 전제하기 때문에 동반성장의 접점과 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다. 유통업에서 동반성장이 이뤄지려면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라는 이분법을 극복하고, 상생을 위해 최소한의 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강재영 동반성장위원회 국장은 16일 조선비즈가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17 유통산업포럼’의 네번째 세션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유통업계 상생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션에서는 이정희 중앙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신규철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이사, 설도원 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유통거래과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강 국장은 매해 유통기업의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한 결과 ‘우수’ 등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제조업이나 정보통신업 등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라고 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받고 있는 유통기업은 롯데마트, 이마트 등 28개 업체다. 이 가운데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다.
강 국장은 “동반성장이 가능한 분야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성장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을 추구할 경우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이 가진 기술력, 자금력, 글로벌네트워크와 중소기업이 가진 유연성, 창의성, 혁신DNA 등을 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국장은 “동반을 위한 동반이 아닌 성장을 위한 동반이 돼야 한다”며 “대기업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양보를 통한 시혜성 또는 단발성 중소기업 보호를 지양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세계경제포럼(WEF) 뿐 아니라 최근 미국 대선에서의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 등 민주당 후보들도 ‘Inclusive Growth(포용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며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설 상근부회장은 “대기업 유통이 많은 규제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 소비자 삶의 질 향상에 가장 중요한 것이 유통산업이지만,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유통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비영리단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다.
설 부회장은 “유통산업발전법으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시행된 지 만 5년이 됐는데, 실효성이 있는지 냉철하게 되짚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통의 본질적인 목표는 가치의 흐름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지만, 상생 방안이라는 이슈 때문에 소비자 만족이라는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상인을 대표해 토론에 참여한 신 이사는 설 부회장과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신 이사는 “자율적인 동반성장은 불가능하다”며 “3명이 창업하면 2명이 폐업하고,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사람이 5명 중 1명인 상황에서 경제 주체간 조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 이사는 “정부가 약자 편을 들지 않고 강자를 밀어주는 편향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와 헌법정신에 입각해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는 이상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합쇼핑몰도 영업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하고, 의무휴업일도 2일에서 4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유 과장은 “대형업체는 납품업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공정위 역시 다른 부처와 상생 측면에서 노력할 것이고, 정책적으로도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