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편의점들의 출점 경쟁을 보면 지난 90년대 일본의 경쟁이 오버랩된다. 한국 편의점도 일본처럼 점주 갈등과 정부 규제, 과열 경쟁 등의 난관이 닥칠 것이다. 사회적 기업 모델을 구축하고 생활밀착형 유통업체로 한단계 도약해 다시 한번 성장기를 만들어야 한다.”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는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저성장기 소비 트렌드와 미래 유통’이라는 주제로 ‘제5회 유통산업 포럼’을 개최하고 ‘일본 편의점업계 현황과 시사점’에 관한 세션을 진행했다. 임재국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이 주제 발표를 맡고, 김용진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송재국 BGF리테일 상품 본부장,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부회장, 심태호 AT커니코리아 파트너가 토론했다.
발표를 맡은 임재국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과거 일본 편의점과 오늘날 한국 편의점이 마주하는 공통 소비 트렌드로 인구 고령화와 PB제품 및 서비스 강화, 매장의 대형화 등을 꼽았다. 일본 후생노동청에 따르면 일본이 최고령 사회에 진입한 것은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가 환갑을 맞이한 시기인 2005년이다. 이런 소비 인구의 변화에 따라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로손 등 일본의 대형 편의점업체들은 시니어 계층을 타깃으로 식당, 약국 등의 역할을 하는 편의점 구축 전략을 수립했다.
임 연구위원은 “한국보다 먼저 1인가구가 등장한 일본은 ‘나카쇼쿠(중식·집밥과 외식의 중간말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을 사서 식사를 해결하는 행태를 의미)’를 기반으로 한 식품 PB제품이 전체 편의점 매출의 30%에 달한다”며 “특히 빵이나 캔커피같은 제품은 과거 콧대 높던 코카콜라의 판매량을 누른지 오래”라고 말했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신(新)소비 트렌드도 일본 편의점업계에선 이미 오래전에 자리잡았다. 임 연구위원은 “현재 일본 편의점업계에서 세븐일레븐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로손의 성장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한다”며 “최근 일본에서는 ‘로손에 가면 재밌고 갈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새로운 소비계층의 입맛에 맞춘 매장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임 위원은 “일본에서는 세븐 프리미엄, 패밀리마트 콜렉션, 로손 셀레트 등 프리미엄 점포도 등장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매장의 대형화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편의점과 일본 편의점의 평균 매장 규모는 약 20평(66m2) 정도 차이난다. 임 연구원은 “담배와 같은 캐시카우 외 일본과 한국 편의점의 매출이 큰 차이를 보이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