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 컨베이어벨트는 그 자체로 혁신은 아니지만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디지털과 또한 변화를 위한 목적이 아닌 도구로서 활용해야 합니다.”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미래에너지포럼’ 3세션은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산업’을 주제로 김희집 서울대 객원교수와 루이스 곤잘레스(Louis Gonzalez GE Power 최고디지털책임자, 임수경 한전KDN 사장, 알리 이자디(Ali Izadi)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 한일부문장, 최종웅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대표, 문성욱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 상무가 대담을 나눴다.
좌장을 맡은 김희집 교수는 “셰일가스와 에너지 신산업으로 에너지 산업이 큰 혁명을 겪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이라는 화두가 에너지 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발표를 맡은 루이스 곤잘레스 GE Power 최고디지털책임자는 “스마트그리드(정보통신 기술로 전력망을 지능화·고도화해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력망)가 대표하는 디지털 기술이 에너지산업의 변화를 지탱하고 있다”며 “발전소에서 어떻게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지, 어떻게 종합하는지, 소비자는 어떻게 쓰는지에 관한 정보를 알아가다 보면 유지보수 결과를 ‘예측’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루이스 곤잘레스 최고디지털책임자는 “아직 이러한 정보들을 모두 사용할 수는 없어 ‘다크데이터’라고 부르고 있다”면서도 “이 다크데이터들을 활용할 수 있다면 예측이 가능해져 이상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의 행동을 알게 된다면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소비자 행동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은 자본 투자를 줄이며 생태계를 효율화하기 위한 ‘소통의 도구’”라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산발전 등 에너지 산업의 변화에 블록체인 같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알리 이자디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 한일부문장은 “최근 기업들이 사무실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분산발전에 스스로 나서고 있다”며 “분산발전 비중이 커지면 기업들이 각자 거래를 위해 비트코인에 사용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에너지산업의 4차산업혁명 적용에 관해선 전국에 퍼져 있는 전선, 초고속인터넷망 등 인프라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임수경 한전KDN 사장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터빈 관리, 드론을 이용한 광케이블 관리 기술, 정전을 예방하는 변전소 등을 논의 중”이라며 “우리나라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곳이 없는 등 설비관련 실험이 용이한 장점이 있어 차후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성욱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 상무는 “KT의 모바일, 인터넷 망에서 ‘에너지’라는 키워드로 소비자 검색 정보를 찾아보니 인공지능, 전자, 친환경, 배터리차징, 일자리, 경쟁력 같은 키워드가 나왔다”며 “소비자들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에너지를 ICT를 통해 편안하고 쾌적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KT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종웅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에너지 데이터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해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높은 수준으로 분화된 빅데이터 분석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정보를 가진 소비자를 사로잡지 못하면 유틸리티 산업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소비자 상호작용에 의해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디지털 데이터 또한 가입자 손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