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인공지능(AI)은 우리에게 새로운 대규모 투자 기회를 열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결정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앨리슨 라우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상품전략 전무 겸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미래투자포럼’에서 ‘빅데이터로 얻을 수 있는 대형 투자 기회’라는 주제 발표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AI를 통해 발굴하고 있는 투자 기회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 정보의 90%가 지난 몇년 간 생성될 만큼 데이터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중 2%만을 인간이 분석하고 있다는 IBM의 통계를 인용했다. 대부분의 데이터가 인간의 분석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은 앞으로 그만큼 잠재된 기회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인간의 능력으로 이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AI로 유의미한 정보를 판단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주가가 형성되기 이전에 빠르게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앨리슨 라우 전무는 기업의 웹 트래픽을 기반으로 해당 기업의 실적을 예측하는 기술을 예로 들었다. 선진국 기업 3000개, 신흥국 기업 1000개를 뽑아 웹사이트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웹트래픽이 증가하면 이후 기업의 수익률도 좋아지는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그는 “주택 리모델링 인테리어 사업이 많아졌던 시기에 미국 또는 다른 나라에 관련 기업들이 많았는데 이들 중 어떤 기업이 주택 시장 흥행 시 가장 수혜를 많이 봤는지를 알려면 실적 발표까지 기다려야 했다”며 “하지만 대신 웹트래픽의 증가율을 분석해 보니 웹트레픽이 선행지표로서 작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 주가 수익률 외에도 실제 기업의 영업이익과 같은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를 미리 들여다 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월별로 신용카드 거래 내역 등의 정보를 분석해 보면 식당, 카페 등에서 소비자가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하는지, 실제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지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리츠(부동산신탁전문회사)에 대한 평가와 예측이 수월해졌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10년, 20년 전만해도 리츠 전문가가 아니라면 리츠의 가치 평가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관련 데이터 접근성이 좋아져서 정보 분석이 쉬워졌다”며 “범죄율, 임대 비율, 빌딩, 아파트, 주변 환경 등 정보를 파악해 리츠에 들어가 있는 부동산 자산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어를 이해하는 AI를 통해 애널리스트들이 매수, 또는 매도의 의사 결정을 하기 전에 이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더욱 적극적인 형태의 AI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R(기업설명담당)과 애널리스트가 나눈 대화를 통해 애널리스트가 특정 회사의 실적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낮다고 생각하는지를 파악했다”며 “애널리스트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 어떤 어휘를 사용하는지를 들여다보고, 또 이 질문에 경영진이 애매한 대답을 내놓을 경우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식 종목을 선정할 때 호재가 있으나 반영이 되지 않은 기업을 찾는데도 AI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회사의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을 선별하거나 특허 신청 현황 등의 정보, 또는 애널리스트 보고서와 관련된 공시, 매장 현황, 자회사의 동향 등 수 없이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여러 기업들의 매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데 AI를 이용하면 투자 결정에 반영하는 속도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앨리슨 라우 전무는 AI를 이용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맹목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주력하기보다는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가는 ‘사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앨리슨 라우 전무는 “AI를 이용하는 것보다 경제학적 직관을 바탕으로 기술적인 활용을 하는데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며 “이는 기술의 맹목적인 발전을 하기 이전에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