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한 도구로 보지 않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투자하고, 시장 동향을 쉽게 파악하고, 투자에 필요한 각종 지원을 편리하게 받도록 하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의 목적입니다.”
싯다르타 샤르마 헤저블(Hedgeable)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17 미래투자포럼’에 참석해 “로보어드바이저는 다변화하는 자본시장 환경에서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기조연설에 이어 김우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와 특별 대담에 나선 샤르마 CTO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사용해 시장을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단순히 시장 수익을 따라가려 한다면 아직은 인간 매니저가 더 잘해낼 것”이라며 “오히려 투자자 경험 개선, 비용 절감과 같은 것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설립된 헤저블은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자동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이다. 운용자산 규모는 7000만달러(약 79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포브스(Forbes)가 꼽은 핀테크 유망기업 50곳에 선정됐다.
샤르마 CTO는 AI와 같은 신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투자 자문, 세금·기부금 관리 등 ‘인간적 관계’에 바탕을 둔 전문 직업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리밸런싱과 같은 업무는 이미 자동화 시스템이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복적이고 계량적인 업무는 점차 자동화 영역으로 넘어가고, 인간 매니저는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투자에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역할에 치중하게 될 것이란 게 샤르마 CTO의 전망이다.
샤르마 CTO는 “우리가 AI에 바라는 것은 사람처럼 사고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샤르마 CTO는 자산관리 영역에서 헤저블과 같은 소형 업체가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대형 운용사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최근 대형사들이 AI 기능을 내재화하지 않고 관련 스타트업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며 “소형사의 빠른 대처 능력과 기술력, 도전정신을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AI가 고객과 감정적인 교류도 잘 나누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싯다르타 CTO는 “기술적으로 갈 길이 멀지만, 현재 인간과 기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AI가 나오고 있다”며 “AI가 투자자의 감정적인 측면까지 고려해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