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주제로 열린 ‘2016 미래금융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5회째를 맞은 미래금융포럼은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자본수출 시대, 해외진출이 답이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와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 이인호 서울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교수, 브렌든 로스 다이렉트 렌딩 대표 등 국내외 유명 석학과 금융 전문가들이 참석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 방안과 관련해 논의했다.
포럼은 당초 예정된 폐막 시간을 한 시간 넘겨 오후 5시에 폐막했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금융사들도 단기 실적 주의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을 갖고 해외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는 청중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인 ‘심플로우’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청중들이 온라인으로 간단한 설문에 응답하면 전문가들은 이 설문 결과로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토론자와 청중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신개념 포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태경 기자
◆ 아이켄그린 교수 “규제 장벽 허물어 서비스 산업 생산력 높여야”
이날 특별 강연자로 나선 아이켄그린 교수는 국내 금융산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국제금융과 통화체계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금융산업을 포함한 한국의 서비스산업 생산성은 미국의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규제 장벽을 허물어 서비스산업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서비스산업은 주로 중소기업이 영위하다보니 대기업이 진출한 분야보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산업도 대기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기조 연설자 모비우스 회장은 향후 원화 가치를 고려하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지난 40년간 중국 등 신흥국 시장에 투자해온 투자 전문가로 ‘신흥국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그는 “한국 원화는 16%가량 저평가돼 있다”며 “저평가된 통화가치를 고려할 때 한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내 금융사 해외 비중 10% 미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특별 강연과 기조연설이 끝난 뒤 본격적인 토론이 펼쳐졌다. 토론은 ▲해외진출 현황 및 문제점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현주소와 시사점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해외 시장 공략 ▲이머징마켓의 보험 시장 공략 방향 순으로 진행됐다.
1세션 ‘해외 진출 현황 및 문제점’에서는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이상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 진출은 성장 기회일 뿐 아니라 일부 금융기관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현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 점진적으로 자산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낙 판갈리아 성균관대 교수는 “보수적인 문화가 뿌리내린 은행 경영진에게 해외 진출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동남아 지역은 현지 은행들의 유대가 끈끈하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현지 진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임형조 금융감독원 해외진출지원팀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아시아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 진출의 주요 목표로 삼는 아시아 지역은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며 “한국 금융사들은 한국을 모델로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아시아 지역 현지 은행들과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세션에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현 주소와 시사점’을 주제로 신관호 고려대학교 교수, 김봉훈 맥스틴경영자문 대표, 이윤수 금융위원회 과장,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이 열띈 토론을 벌였다.
발제를 맡은 김봉훈 대표는 멕시코,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등 국내 은행들이 진출을 염두에 둔 신흥국 국가들의 금융환경과 글로벌 대형 은행들의 현지화를 소개하면서, “2007~2014년까지 글로벌 은행의 매출을 보면 중국이 약 4.5배 성장했고 아시아는 1.5배 증가했으며,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도 약진했다”고 강조했다.
이윤수 과장도 “국내 은행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미국과 일본 은행은 한 해 수입의 30~4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지만, 국내 은행은 10% 내외에 그친다”고 했다.
이 과장은 청중들이 심플로우를 통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시장 진출 장애 요인으로 ‘금융당국의 규제’를 꼽자 “정부도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은행의 중복 심사 부담을 완화하고자 은행법상 심사를 받으면 외국환 거래법 심사는 필요 없도록 규정을 바꿨다”며 “또한 국내 은행이 리스크(위험)가 있는 국가로 진출할 땐 사전신고를 해야 했지만, 일정 규모 이하의 현지 법인을 인수할 땐 현지 법인의 신용평가등급과 관계없이 사후 보고만 하면 되도록 제도도 바꿨다”고 말했다.
◆ “몸집 작은 핀테크 해외 진출에 적격”
세 번째 세션에서는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해외시장 진출'을 주제로 구태언 법무법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브랜든 로스 다이렉트랜딩 대표, 강영철 KEB하나은행 글로벌 미래금융부 팀장 등이 토론을 벌였다.
발제를 맡은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핀테크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핀테크 산업의 성장 배경은 저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브랜든 로스 다이렉트랜딩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소액대출, 중소기업대출을 줄여나가고 있는 반면 대출 수요는 날로 늘고 있다”며 “그 대출공급 공백을 핀테크 업체들이 메워나가고 있고 미국 정부 역시 핀테크 업체들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번째 세션에서는 금융회사와 학계 전문가들이 신흥시장국의 보험회사 진출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국내 보험사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국 진출하는 것을 놓고 “지금이 골든 타임”이라며 적극적 진출을 강조하는 견해와 “경쟁력이 없으면 사업을 접어야한다”는 의견이 격론을 벌였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남아시아 등 주로 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펼치는 국내 보험사들의 전략이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진출 전략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인섭 한화생명 상무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국 진출은 국내 보험사의 중요한 과제”라며 “무궁무진한 시장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남아있고 이들 국가의 진출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새누리당),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