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을 줄이고, 가격을 낮춰라.”
피터 차일드(Peter N. Child) 맥킨지 홍콩 시니어 파트너는 조선비즈가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16 유통산업포럼’ 기조 강연에서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처럼 유통산업이 고도화된 국가에선 대형마트보다 소규모 할인매장의 성장세가 돋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일드 파트너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홍콩 사무소에서 아시아 소비자와 유통 환경 전반에 대한 전략을 총괄한다. 글로벌 유통 기업 임원들의 정기 모임 ‘맥킨지 리테일 포럼(Retail Forum)’ 창설자이며, 세계 식품 유통·소비재 기업 대표 800여 명이 참여하는 ‘소비재 포럼(Consumer GoodsForum)’의 조직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차일드 파트너는 이날 ‘리테일 산업의 미래(Retail: Road Ahead)’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여러 국가의 사례를 들어 ‘소규모 할인매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규모 할인매장이란 대형마트보다 매장 크기가 작고 제품 수도 적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유통채널을 말한다. 한국에선 ‘다이소’가 대표적이다.
그는 맥킨지의 조사 보고서에 나온 덴마크의 유명 생활잡화 브랜드 ‘타이거(Tiger)’의 예를 들었다.
“타이거는 달러스토어(1000원샵)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합니다. 품목 수를 줄이는 대신 해당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때문에 구매가와 물류비용을 줄이는 것이죠. 이 브랜드 제품은 싸지만, 디자인이 꽤 좋습니다. 매장 동선이나 제품 진열도 소비력이 큰 젋은 층이 좋아하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미죠. 이렇게 하면서 소비자에게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예쁘지만 저렴한 제품’은 부담 없이 살 수 있잖아요?”
타이거는 1995년 코펜하겐의 한 작은 잡화점으로 시작해, 현재 세계 20개국에 5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유통 채널로 자리를 잡았다. 북유럽 생활소품은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저렴한 가격과 눈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무기로 무섭게 성장한 것이다. 일본 도쿄 매장은 온종일 매장 밖에 줄을 선 소비자에게 입장대기 번호표를 나눠줘야 할 정도로 인기다.
차일드 파트너는 “이전에는 소규모 할인매장에서 파는 저렴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소규모 할인매장에서 취급하는 제품과 대형마트 제품을 블라인드 테스트(blindtasting·제품 겉면을 가린 체하는 품평회) 해보면 소비자 만족도가 놀랄 만큼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나아지면서 소규모 할인매장 알디(Aldi)를 찾는 사용자는 2012~2014년 사이 27% 늘었고, 이들의 평균 구매량 역시 30% 증가했다.
차일드 파트너는 “가격이 저렴해 제품을 샀지만, 써보니 품질에도 만족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라며 “이런 소비 양상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스마트폰, SNS의 활성화 등에 따른 유통 환경 혁신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차일드 파트너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그 이후에는 옴니채널(온·오프라인, 모바일 채널이 유기적으로 연결)을 구축하거나,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할 만한 계기를 만들어 주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