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거래소, 이용자 예치금 양도 또는 담보 제공 금지
시세조종 등 이상거래 탐지 의무도 거래소에 부여
업계에선 규제 공백 우려 나와… “법은 유통 단계만 관여”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인 가상자산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해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게 목적입니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은 25일 조선비즈가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4 회계현안 심포지엄’에서 7월 시행에 들어간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법제화에 따라 가상자산 회계처리와 감사와 관련한 주요 회계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닥사(DAXA)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로 구성된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거래소의 협의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김 부회장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과 관련 시행령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현재 금융위원회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록된 가상자산사업자는 37개사다. 상장된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원화마켓거래소 기준 62조5000억원,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약 3조5000억원이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규제하기 위한 종합 입법으로 5개장(▲총칙 ▲이용자자산의 보호 ▲불공정거래행위의 규제 ▲감독 및 처분 등 ▲벌칙)으로 구성돼 있다. 김 부회장은 이 중 핵심으로 이용자자산의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꼽았다.
이용자자산의 보호 규정에 따라 업비트와 같은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예치금을 은행 등 관리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해야 한다. 가상자산사업자의 고유재산과 분리하기 위해서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분리 예치는 (법 시행 전에도) 업계에서 해왔던 것이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는 “세계 3대 가상자산거래소 중 하나인 FTX 파산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벌어져도 분리 보관해서 (이용자의 예치금은)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으로 새롭게 추가된 부분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이 예치금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 부회장은 “가상자산사업자는 예치금이 이용자의 자산인 것을 밝히고 (은행 등에) 예치하거나 신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거래소가 파산하면 이용자들은 후순위 채권자라는 위험이 있었는데 법으로 예치금을 먼저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가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사업자가 파산해 사업을 종료하면 은행과 같은 이용자 예치금 관리기관은 이용자에게 예치금을 우선 지급해야 한다.
해킹과 전산장애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가상자산사업자는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매월 적립해야 한다. 법상 보험·공제의 보상한도와 준비금 적립액의 최소치는 ▲이용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에서 콜드월렛(USB처럼 인터넷과의 연결이 차단된 상태에서 사용되는 가상자산 지갑)에 보관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5%에 상당하는 금액 ▲원화마켓거래소는 30억원, 그 외 가상자산사업자는 5억원 등 두 조건 중 큰 금액 이상이어야 한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두 번째 큰 축은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이다. 이 법에서 규정한 불공정거래행위는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등으로 주식 매매 때와 동일하다. 위와 같은 이상거래를 감시할 의무는 가상자산거래소에 부여됐다. 김 부회장은 “(법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시장이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지키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부여한 것”이라고 했다.
시행령상 이상거래 적출·심리 기준엔 가상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에 뚜렷한 변동이 있는 경우와 가상자산의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풍문 또는 보도 등이 있는 경우가 포함됐다. 구체적인 기준은 닥사의 ‘이상거래 상시감시 모범규정’으로 정해졌다. 가상자산거래소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당국에 통보해야 하고, 혐의가 증명되면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김 부회장은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데에 인적, 물적자원이 투입돼 단기적으로 가상자산거래소의 부담은 있다”면서도 “이런 조치들이 장기적으로 신뢰 형성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규제 공백이 있다고도 짚었다. 그는 “코인이 발행되고 유통되기까지 ‘발행-거래 지원-유통’의 3단계를 거친다”라며 “이용자보호법은 유통 일부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외에는 가상자산거래소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만 닥사가 자율 규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이상거래 상시감시 모범규정이 대표적인 예다.
또 거래 지원 영역에서 닥사는 모범사례를 모아 자율 규제하고 있다. 유통 단계와 관련해선 ‘사업자의 행위 규범’을 만들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사업자 내부통제와 광고 규정 등은 (공적 규제인) 규범이 돼야 함에도 자율규제안이 유일한 상태”라며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는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관련) 실명계좌 발급이 제한된 상태”라며 “단기적 투자 중심의 개인이 대다수로 참여하는 가상자산 시장에 장기적 투자가 가능한 법인과 기관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