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조선비즈 ‘회계현안 심포지엄’ 성황리 막 내려
“이용자보호법 도입으로 예치금 양도·담보 제공 금지”
“기준서 따라 회계처리 달라져… 결국 내부통제 중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된 가운데 관련 회계처리를 어떻게 할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 지침, 감사 가이드라인 등을 보다 면밀히 다듬기 위한 논의도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는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4 회계현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50명 넘는 정부·학계·산업계 관계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이 자리에서 회계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시행령 주요 내용 등을 짚어보고, 적절한 회계 처리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가상자산은 이제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우리 경제와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유통 단계 일부만 규정하는 공백 메워야”
이날 첫 발표를 맡은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 상임부회장은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의의를 강조했다. 닥사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로 구성된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거래소의 협의체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도입으로 가상자산사업자는 투자자의 예치금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고,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해 준비금을 매월 적립해야 한다. 또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가상자산거래소가 감시할 의무를 부여받았다.
김 부회장은 “가상자산거래소가 파산하면 이용자들은 후순위 채권자라는 위험이 있었지만, 법으로 예치금을 먼저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그러나 이용자보호법이 코인 발행·유통 단계 일부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사업자 내부통제와 광고 규정 등도 공적 규제 안에 포함돼야 하는데, 현재는 닥사의 자율규제안이 유일하다”며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관련 실명 계좌 발급 등도 도입해 이들의 참여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 “가상자산 회계 쟁점 여전… 당국·기업·감사인 협력해야”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현승임 삼정회계법인 품질관리실 전무는 다양한 가상자산 회계 처리 이슈를 공유하며 가상자산 플랫폼 자체 거래가 회계처리 대상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올해 1분기 보고서부터 적용된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 지침에 따르면 가상자산 발행자, 보유자, 사업자는 보유 가상자산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현 전무는 “발행자가 토큰의 생태계, 즉 거버넌스에 관여하는 정도를 고려해 플랫폼이 실질적으로 발행자가 통제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걸 발행자의 재무제표로 끌고 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IC)의 분석과 감독 지침 중 어느 기준서를 적용해야 할지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전무는 발행한 토큰이 발행자에게도 자산인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감독 지침에 따르면 유통 시 재화나 용역에 대한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토큰이라면, 미발행 상품권처럼 어떤 경우에도 발행자의 자산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공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토큰이라면 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현 전무는 “발행자로서 플랫폼 유지를 위해 밸리데이터(검증자)를 모으고 직접 (밸리데이터) 역할을 하는 것은 발행 업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지만, 이와 별개로 토큰을 받으므로 발행자가 토큰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엇갈린 견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은 내부통제”라며 “가상자산은 익명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회사가 보유한 지갑을 안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관리 대장이 필요하고, 이에 접근하는 키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 “가상자산 법·지침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필수적”
올해 회계현안 심포지엄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을 감시·감독하는 금융당국, 회계업계·학계 전문가들과 실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들이 모여 행사의 깊이를 더했다. 손희원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 국제회계기준팀장은 “앞으로 가상자산 업계와 회계사들과 함께 가상자산 회계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은 질의응답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혁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백서(White-paper·가상자산 정보서)가 감사할 때 가장 중요한데, 발행사와 투자자가 백서에 관심이 없다”며 “백서 발행 때 회계상 언제 수익을 인식할지, 주석에 공시의무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감사인 입장에서도 도전과제”라고 제도적으로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가상자산 관련 법안과 지침이 도입되면서 중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남훈 두나무 내부감사는 “업계의 투명성이 확대될 수 있는 차원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과 지침 도입)은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가상자산 참여자도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어 시장 확대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