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환자를 볼 때 시각·촉각·후각 등 모든 감각을 활용하는데, 정작 인공지능(AI)에게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료만 주고 파악하라고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 목적을 구체화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 단계에서부터 구별해야 한다.”
김종엽 건양대학교병원 헬스케어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은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2021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날 ‘코로나 시대 속 AI와 빅데이터 전략’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우리가 축적하고 있는 의료 관련 데이터는 심박수, 걸음수, 칼로리 소모 등으로 한정적이다”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지금까지 나온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런 정보를 가공해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다”라며 “정말 필요한 것, 쓰는 사람이 돈을 내더라도 쓰고자 하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호르몬을 측정하고 혈당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 등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게 김 센터장의 주장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스마트 의료)에 로봇이나 AI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라며 “AI를 사용해야 한다거나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집착 자체를 버려야 한다”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의료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에 대한 접근법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사용할 수 있는 환자의 음성, 사진, 동영상 같은 비정형 데이터는 DBMS에 없다”라며 “의료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프로세스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분명한 목적을 갖고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모두가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되는 AI는 하나도 없었다는 MIT의 연구 결과가 있다”라며 “어떤 목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할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먼저 설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