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글로벌 신약 개발을 앞당기는 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신약 임상 시험은 계획과 설계, 수행 관리, 결과 분석 등의 절차로 이뤄진다. 글로벌 신약을 출시하려면 신약을 출시하려는 국가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거의 모든 임상시험 데이터는 종이 문서로 기록됐다. 이 과정에서 전세계 데이터를 취합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디게 진행됐던 임상시험은 전자자료수집(EDC) 기술이 적용되면서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데이터 오류를 줄이는 전환점이 됐다.
EDC 기술에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시험 기간은 눈에 띠게 줄어들고 있다. 임상시험 기간이 단축되면 신약 출시 시점을 앞당길 수 있어 시장 전략을 세우는 데 유리하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임상시험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수년 전부터 클라우드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임상 시험 설계 기업으로는 메디데이터가 대표적이다. 메디데이터는 글로벌 상위 50개 제약사 중 48개의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2014년에 판매된 글로벌 의약품의 80%가 메디데이터의 플랫폼을 활용해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메디데이터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임상 연구 준비 시간을 최대 41% 줄이고 연구 종결 시점까지 시간을 최대 65% 줄일 수 있다”며 “메디데이터는 1만 여건의 임상 연구와 300만 명 이상의 임상시험 대상자한테 얻은 80억 건의 데이터에 기반한 빅데이터를 통해 글로벌 임상 데이터의 표준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빅데이터로 임상 시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AI로는 질병과 약물 관계 데이터의 숨겨진 패턴을 발견,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 3인방이 설립한 국내 AI 신약 개발 벤처 스탠다임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스탠다임을 공동창업한 김진한 대표와 송상옥 이사, 윤소정 이사는 모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이다.
스탠다임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암세포 사멸을 위한 약물 조합 시너지 효과 예측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영국의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최한 ‘드림 챌린지’에서 전세계 71개 팀 중 최종 3위에 선정됐다.
스탠다임은 현재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기존의 생물학적인 해석에 기반한 약물 개발과는 달리 질병 때문에 생긴 분자, 세포 수준의 변화를 학습해 약물 후보물질 데이터 속에 잠재된 약물의 치료 패턴을 추출하는 게 핵심이다.
김진한 대표는 “AI를 활용하면 특정 질환을 타깃으로 삼지 않은 상황에서도 잠재적 치료 후보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며 “후보물질을 발굴해 내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