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16’에서 헬스케어 관련 창업을 한 대표(CEO)들이 직접 참여해 ‘헬스케어 창업’을 주제로 세 번째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전진희 요즈마 BHT 센터장(의사)이 좌장을 맡고 강병주 사이드 나인(side 9) 이사,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 정명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창업과 관련된 자신들의 경험을 비롯해 헬스케어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사이드나인은 재활훈련용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다. 이 회사가 만든 VR 콘텐츠는 화면에 나온 숫자만큼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오면 되는 게임이다. 팔과 손을 움직여 물고기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뇌손상 환자가 기억력 훈련도 하면서 운동도 할 수 있다.
강병주 사이드나인 이사는 “게임 그래픽 경험이 있다보니 VR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큰 관심을 갖고 VR 콘텐츠 관련 조사를 했다”며 “사이드나인은 원래 그래픽 전문 영상 업체인데, 이 회사에 합류한 후 VR사업부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휴레이 포지티브는 당뇨병 관리 서비스 회사다. 이 회사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당뇨 관련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2014년도부터 강북삼성병원의 당뇨병 환자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최두아 휴레이 포지티브 대표는“당뇨병은 보험제도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업구조를 짜면 돈을 벌기 어렵다”며 “한 분야에 대한 깊숙한 지식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도 알고있는 T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픈토크에서는 창업 외에도 헬스케어와 관련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정명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은 “2020년까지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 영향으로 약 510만개 정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보고서가 있다”며 “거대 제약사 화이자 제약도 2003년 12만2000개의 일자리가 지난해 9만8000개정도로 줄었는데, 이런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의 미스매치’현상을 해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공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단장은 “창업 시 가장 중요한건 자금과 기술이지만 창업 후에는 창업자의 네트워크 능력이 중요하다”며 “기술자들은 기술력은 강한데 상대적으로 네트워크 능력이 약한 경우가 있는데 창업 동료 네트워킹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픈토크 일문일답.
전진희 요즈마 BHT 센터장(이하 전진희)= 헬스케어 시대에 적응하려면 비전공자도 코딩을 잘해야 할까요?
강병주 사이드 나인(side 9) 이사(이하 강병주)= 시드나인에서는 코딩하는 분도 있고 안하는 분 있지만, 왠만하면 코딩할 줄 아는 분을 선호합니다.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이하 최두아)= 코딩은 잘하면 좋습니다. 사실 요즘 코딩은 깊숙하게 들어가지 않아도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구현하는 좋은 도구들이 쏟아지고 있거든요.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비스 산업을 이해하고, 가치 찾아 서비스를 기획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팀이 필요합니다.
전진희= 창업을 위해서는 팀 구성이 중요하다는 말인데요, 정채적으로 지원할 사항이 있나요.
정명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이하 정명진)= '미래융성' 분야를 운영하고 있는데, 융합 인력을 배출한다는 의미로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교육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그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야 합니다. 흥미를 가지고하면, 경영경제하는 사람이 보건학에 들어오고 보건학 하는 사람이 다른 분야에 가는 융합적 사고능력을 가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진희 = 융합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관련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이스라엘은 군사 미사일과 센서를 개발하던 곳이 캡슐 내시경을 개발하는 회사로 확장이 됩니다. 그들은 다른점이라면 생각의 전환에 대해서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학제가 다른 것도 있습니다. 사회문화적인 신뢰와 융합 교육이 다양화되고 정형화되지 않는게 필요합니다.
별도 질문입니다. 정명진 단장은 한국에서 GE 헬스케어 빌리지 같은 모델이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정명진= 지금도 홍릉이라든지 첨단복합단지와 같은 곳에서 GE 헬스케어 빌리지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 특성에 맞게 접목해야 합니다. 사기업이 잘하고 있는 부분에 정부 지원을 더하는 형태로 가면 어떨까 합니다.
전진희= 당뇨병 관리와 같은 만성질환 관리는 기기 보급이 중요한데, 이런 모바일 헬스케어 대중화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최두아= 기기들 값이 떨어지고 있고, 지금 사물인터넷(IoT) 등이 발전하고 있어서 보급률은 더 빠르게 높아질 것입니다. 혈압은 병원갈 때 한 번 재는데, 집에서는 수시로 재는 게 중요합니다. 혈압 측정 기기 가격이 떨어지고 집안에 기기를 비치해 계속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진희= 헬스케어의 미래와 관련해 강병주 이사와 최두아 대표의 사업화 모델이 어떻게 진화 발전 할까요?
강병주= 사이드나인은 개발 초기 단계입니다. 의학 분야에 속하게 되는 콘텐츠라 의학적 검증이 필요한 단계를 거친 후 생활 콘텐츠로 변형시킬 계획입니다. 의료기기로서 식약처의 검증을 받는 시간과 비용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기보다는 보조훈련 기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개발하는 게 현재 목표입니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재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 치료사 인력난이 생기면, 이를 대체하기 위한 콘텐츠도 구상중입니다.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는 생활 콘텐츠와 병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훈련 보조 콘텐츠 둘다 기획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두아= 그동안 의사들은 병원이 축적하는 검진·처방 데이터로만 환자를 진찰해왔습니다. 환자의 생활 기록을 따라가며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IoT가 발달하고 데이터 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전자 데이터뿐만 아니라, 생활 데이터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전자, 진료 데이터, 검진 데이터, 평소 혈당· 혈압 데이터가 모여서 종합적으로 분석되면 예측은 점점 더 정확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결국 의료계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전진희= AI의 등장으로 의료계 일자리가 줄까요?
정명진= AI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인 간접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직접 노동을 하는 직접인력은 AI가 활용돼 일자리가 줄어들 것입니다. AI가 고된 노동을 대신 해주면 나머지 사람들은 창의적인 일을 더 할 수 있습니다.
최두아= AI가 우리 일자리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는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기존 의료진이 할 수 있었던 의료 분야는 축소되겠지만, 의료진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새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AI가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기존 의료진이 '100점짜리 교재'를 AI에 학습시켜야 합니다. 이는 사실 기존 의료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제 의료진은 단순하게 진찰을 보고 치료를 하는 기존 업무를 넘어서야 합니다.
전진희= 사실 헬스케어 신사업을 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일도 있어 실망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기존 의료 체계에서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생태계가 생겨나고, 융합이 일어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질서 없이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못하며, 혼란 없이는 어떤 것도 생성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오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2016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범수 기자 / 이다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