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협력을 통한 ‘원 아시아’ 모델로 새로운 아시아 공동문화를 창출해 전 세계와 연결해야 합니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서 ‘미래지향적 한·중 문화협력의 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방외교의 문을 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노 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한중 간 ‘문화 귀속’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이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서로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직시하고 존중하지 못하며 상호 비방을 이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자산으로 삼아 한중 양국의 가치를 넘어 아시아의 문화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노 원장은 ‘원 아시아’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원 아시아는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모델, 동남아를 포함한 동아시아 모델 등 지역의 범위를 메타적(범위나 경계를 초월) 관점에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중 문화 교류를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다.
노 원장은 “아시아 다자간 협력 모델의 전제는 상호의 가치관, 이익을 존중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라면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민간우호’와 ‘민심상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민간우호와 민심상통의 핵심은 바로 새로운 인문학적 가치 기반의 협력과 교류”라고 덧붙였다.
노 원장은 인문학 협력의 한 예시로 ‘삼국지’를 들었다. 동북아의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삼국지가 중국만의 문화만이 아닌 아시아 전체의 역사적 문화란 것이다.
그는 “삼국지와 관련한 유적과 이야기는 한국, 일본 등 여러 곳에서 아직도 생생하게 존재하고 있다”며 “삼국지를 통한 문화적 이해를 한·중·일이 각자의 시각으로 해석하면서 서로 문화 유사성과 협력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노 원장은 “인터넷 게임 등을 통해 동아시아의 인문학적 융복합 가치를 창출하고, 한·중·일 3국 협력과 균형이 중요한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할 수 있다”라며 “안중근 의사의 ‘동화평화론’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도 동아시아 평화와 발전에 대한 담론의 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좋은 시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중 양국의 메타버스 협력 플랫폼도 제안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한중 문화교류가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대면 교류 이외에도 다양한 미래지향적 기술을 이용하자는 취지다.
노 원장은 한국과 중국이 함께 공유해야 할 가치관이 ‘박애’와 ‘우애’ 정신이란 것을 강조하고, 한·중·일 3국이 이러한 내용을 찾아 같이 뮤지컬이나 영화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아시아의 인문학적 가치를 기반으로 미래 아시아가 세계로 연결되는 (문화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는 미래지향적 인문학적 가치인 ‘상호존중’, ‘개방’, ‘휴머니즘’, ‘다원주의’가 모두 용·복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전통문화와 일본의 동서양 융합문화, 한국의 K-컬쳐가 서로 합쳐져 새롭게 태어난다면, 전 세계적 아시아 문화가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또 노 원장은 “한국과 중국이 문화산업에 있어 개방과 협력의 폭과 속도를 높이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인 지원과 산업 생태계 확보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서로 지식 재산권 관련한 협력도 강화하면 판권 보호를 시작으로 투자와 공동 개발, 제작, 유통을 위한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 원장은 원 아시아 모델 구축을 위한 한중 양국 MZ세대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MZ세대의 지혜와 열정이 없으면 한·중 양국의 협력과 미래 발전은 힘들 수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 양국 정부의 결단이 중요하다. 학교 교육시스템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각종 축제를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서로 교류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