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문가·WSJ 선정 베스트셀러 저자
팬덤 구축의 핵심은 ‘관계 형성’
“고객과의 관계 형성, 제품·서비스 판매보다 중요”
요즘 유통업계 화두는 충성 고객 확보다.
네이버와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들은 일정 회비를 받고 그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으로 충성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무료 배송, 추가 할인, 적립금 혜택,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웹툰 등 콘텐츠 이용 권한 등을 줘 고객을 ‘락인 ‘(Lock-In, 가두기)하겠다는 것이다.
‘팬덤경제학’(Fanocracy)의 저자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은 이러한 충성 고객 확보 전략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제품의 특징이나 가격 혜택은 유용한 것에 불과하다. 다른 회사가 좀 더 나은 제품이나 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면 고객은 바로 떠난다”며 ‘고객 만족’만으로는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스콧은 기업이 팬을 만드는 방안으로 ‘관계 형성’을 강조한다. 고객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이를 중심으로 ‘라뽀’(Rapport, 마음의 유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점을 예로 들었다. 최근 오프라인 서점의 최대 경쟁자는 할인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고 주문 당일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서점이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 서점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공유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한다.
‘마케팅과 PR의 새로운 규칙’(The New rules of Marketing & PR)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온라인 마케팅 전략 전문가이다.
그는 딸 레이코 스콧과 함께 쓴 팬덤경제학에서 충성고객을 넘어 팬을 확보한 기업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며 “고객과의 관계 형성은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팬덤이 어떻게 새로운 소비혁명을 이끄는지 국내외 전문가들과 진단하는 2022 유통산업포럼을 오는 31일 개최한다.
데이비드 스콧은 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서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전략’을 강연할 예정이다. 포럼에 앞서 스콧에게 팬덤 구축이 기업에 중요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음은 스콧과의 일문일답.
많은 기업들이 충성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신은 충성 고객을 넘어 팬을 만들라고 한다. 팬과 충성 고객은 어떻게 다른가.
“팬이란 스포츠나 예술, 취미, 책 등 무언가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러한 팬들은 같은 것을 즐기거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우정을 쌓고 싶어한다.
기업들이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이렇게 확보한 고객은 다른 회사가 좀 더 나은 제품이나 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면 바로 떠난다. 하지만 팬들은 의리가 있다. 그들은 상호간에 형성된 관계 때문에 그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혜택이 좋아 자주 이용하는 충성 고객과 팬은 다르다는 것인가? 쿠팡의 ‘와우클럽’ 등 유료 멤버십은 팬 확보 전략이 아니라는 것으로 들린다.
“그렇다. 전혀 아니다. 멤버십과 같은 판촉 전략은 가격이나 혜택만 제공하는 것이다. 더 나은 대안이 나오면 고객들은 다른 회사로 떠난다. 이들은 진짜 팬이라고 할 수 없다.”
팬덤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나이키가 먼저 떠오른다. ‘조던’과 같은 특정 시리즈를 수집하는 마니아가 많다. 나이키가 마니아층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의 판매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이런 것도 팬덤 구축 전략의 일환인가.
“한정 판매 상품 구매를 희망하는 팬이 있다면 한정판 비즈니스 모델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부 음악인들은 충성도가 높은 팬클럽에 콘서트 티켓을 가장 먼저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한정판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돈이 오간다면, 팬과 기업 사이에 투기꾼이 들어오게 된다. 이는 해당 기업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리셀(재판매) 시장에 대한 우려로 들린다. 현재 리셀시장에선 정가 17만원짜리 에어조던이 30만원 혹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런 리셀 문화를 팬덤 문화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투기꾼이 들어오게 되는 리셀 시장은 팬을 구축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회사가 팬덤을 유지하려면 이러한 투기꾼을 무시해야 한다. 리셀 시장 형성이 해당 브랜드에 긍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책에서 “회사나 제작자로서 해야 할 일은 놀고 싶은 놀이터를 만들고, 고객들이 그냥 놀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이 만든 놀이터에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
“많은 기업들이 ‘이상적인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진짜 고객이 누구인지를 먼저 봐야 한다. 기업들은 고객에게 내가 만든 제품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주는데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면 팬 픽션과 같은 팬들이 만든 문화를 놓치게 된다. 회사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는 순간, 그것은 이제 온전히 회사의 것이 아니다. 팬들이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
팬덤의 부정적인 영향은 없나. 기업 입장에선 팬덤이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지 않나.
“팬(Fan)이라는 단어의 어원에도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광적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고객의 열정을 회사 성장의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팬들은 솔직한 소통을 원한다. 이러한 소통은 단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팬들은 칭찬이나 피드백을 원한다. 기업이 어떤 고객과 소통하는 것을 보면, 다른 고객들도 그 기업과 소통하는 것처럼 느낀다. 개인 한사람인 팬을 인격체로 보고, 그들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회사와 관련한 논쟁이 벌어졌을 때도 팬덤을 활용할 수 있나.
“어떤 조직의 진정한 팬이 있다면 그는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팬덤을 옹호할 것이다. 이러한 팬을 브랜드 옹호자로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최고의 상황은 논쟁이 벌어졌을 때, 팬이 지원을 하고 회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