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연구의 선두에 서 있는 구글도 아직까지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졸음 운전조차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다니엘라 러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6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 광화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스마트 클라우드쇼 2015’에 참석해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CSAIL)의 첫 번째 여성 소장이기도 한 러스 교수는 이날 자율주행차의 최근 개발 동향과 발전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어떤 뒷받침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러스 교수는 “미국인들은 1년에 총 470억 시간 정도를 운전하는데 사용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많은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는 만큼 사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러스 교수는 “미국에서는 5초에 한 번 꼴로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는 데, 이중 95%가 운전자의 작동 실수 때문에 일어난다”면서 “경제적 손해가 연간 2770억 달러(약 326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러스 교수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면 이 같은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스 교수는 “자동차가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학습해 위험 상황을 최소화하고, 졸음운전 시 충돌을 막아주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날 러스 교수는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기술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하나는 사람이 운전에 개입하지 않고 차량 스스로 움직이는 직렬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사람이 운전을 하되 자율주행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운행에 개입하는 병렬 방식이다.
직렬 방식의 경우 사람이 자동차 안에서 운전에 신경쓰지 않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애매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러스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기능 오류로 사고가 났다고 해도 사람이 차 안에 탑승해 있는 이상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러스 교수는 모든 자율주행차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통합 시스템을 이루는 단계까지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이 교통 수단을 찾아가지 않아도 차량이 먼저 사람을 찾아오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차량 공유 서비스의 경우 자율주행 차량끼리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한 지역에 차량들이 몰려 있지 않도록 부하를 조절하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스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문제에 완벽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가령 자동차가 사전 정보를 갖고 주행을 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도로 상황이 변하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통 체증이 심하거나 기상 상태가 나쁠 때, 신호등이 망가져 교통신호를 경찰관이 직접 내릴 때도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자율주행이 어렵다. 햇빛이 강렬해 주변을 감지하는 센서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책적인 과제도 남아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율주행차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스 교수는 “미국조차 다섯 개 주에서 시범 주행이 가능한 정도”라며 “사고 책임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등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