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AI의 부상... 실시간 데이터 처리, 보안성 강점
성장세 빨라... “올해 80% 기업이 엣지 AI 설계 검토”
“‘엣지(Edge·말단 기기) 인공지능(AI)’이 미래 기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지사장은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4′에서 ‘엣지 AI’ 시대가 이미 시작됐으며, 이 기술이 향후 다양한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엣지 AI는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소규모 기기에서도 AI를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박 지사장은 ‘엣지 AI 기반의 새로운 AI 시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엣지 AI는 이미 우리의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며 “엣지 AI는 클라우드 AI와 달리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거나 없는 상황에서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빌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엣지 AI가 기기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므로 지연이 거의 없고,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아 보안성과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지사장은 엣지 AI의 대표적인 사용 사례로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을 소개했다. 기기의 모터에 AI 센서를 추가함으로써 미세한 진동 등을 감지해 기기가 고장 나기 전에 유지보수를 안내하는 것이다. 가전 기기의 경우 세탁기에 AI를 탑재, 세탁물의 무게를 예측하고 물·세제 사용을 최적화해 전력 소비를 절감하는 방식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폐쇄회로(CC)TV에도 엣지 AI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보행자 등 객체를 인식하고 매우 적은 전력만으로도 고성능 비디오 분석을 수행하는 기술도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임베디드(내장) 엣지 AI와 MCU·MPU 기반의 고성능 엣지 AI가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박 지사장은 설명했다. 임베디드 엣지 AI는 소규모 기기에서 적은 전력으로 실행할 수 있으며, 배터리 하나로도 수개월에서 1년까지 동작할 수 있다. 반면, MCU·MPU 기반의 엣지 AI는 더 복잡한 연산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이에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경우에는 MCU·MPU 기반의 AI 엣지를 사용하다가 전력 소모가 최소화될 경우에는 임베디드 엣지 AI를 사용하게끔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엣지 AI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박 지사장은 “2020년까지는 약 5%의 고객사가 엣지 AI 설계를 도입했으나, 2023년에는 40%로 늘어났고 올해엔 80%의 고객사가 엣지 AI 설계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엣지 AI가 기업들의 필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엣지 AI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라며 “가령 미래형 블랙박스는 주변의 화재, 유리 파손, 동물 침입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경고하는 등 다양한 추가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향후 엣지 AI 개발을 위해서는 생태계 조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박 지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통합된 환경에서 AI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며 “다양한 개발 툴과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태계가 수반되면 엣지 AI는 클라우드 AI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통해 스마트 기기, 스마트 팩토리에서 나아가 스마트 시티 등 여러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며 “앞으로 엣지 AI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