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 경희대 교수 좌장, 네이버·엔씨·퓨리오사 전문가 3인 토론
“AI 도입되면 사람 업무는 창의적인 활동으로 옮겨갈 것”
“범용 AI로 사람 대체 못해…상용화 위해선 분야별 최적화 필요”
한국 AI 경쟁력 세계 5위…게임·AI모델·반도체 등 산업별로도 선두
국내 인공지능(AI) 학계와 현업의 전문가들은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긴 어려울 거라고 봤다. AI가 활약하려면 사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29일 조선비즈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에선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성낙호 네이버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 책임리더, 장정선 엔씨소프트 NLP(자연어처리) 센터장,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등 전문가 3인이 AI를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토론에서는 앞서 ‘AI 최고 석학’ 스튜어트 러셀 미국 UC버클리대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 교수의 발표가 화두에 올랐다. 러셀 교수가 제기한 AI 등장으로 인한 일자리 소멸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람이 가진 고유의 창의적인 능력으로 AI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소멸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러셀 교수의 발표 내용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AI 도입에 따라 일자리가 소멸할 거라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AI 도입으로 회사의 직군 체계는 바뀔 수는 있지만, AI도 결국 사람에게 가치를 주기 위한 거라 사람의 일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AI가 도입되면 사람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창의적인 활동, 새로운 가치 창출 활동으로 업무 영역이 옮겨가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전망했다.
하나의 AI 모델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 역할을 하는 만능 AI, 이른바 범용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장 센터장은 “하나의 AI모델이 모든 걸 대체하진 못할 것이다”라며 “사람도 역량이 각자 다 다르듯이 범용 AI도 상용화 단계에 가면 결국엔 각각의 도메인에 맞는 최적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거대한 연산 인프라를 통해 범용 AI를 구현하는 초거대 AI에 대해서도 “특정 영역에선 잘 하는 게 많지만 여전히 못 하는 것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미 초거대 AI를 만들고 있는 네이버의 성 책임리더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현재 초거대 AI는 미국 ‘오픈AI’라는 회사가 만든 GPT-3라는 모델이 있고, 국내에선 네이버가 최근 공개한 ‘하이퍼클로바’라는 모델을 내년 초 상용화할 계획이다.
성 책임리더는 “GPT-3를 활용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없는 것 같다”라며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어떤 목적을 갖고 만든 게 아니고 수익 창출을 하려는 것도 아니며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고령층의 생활과 건강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지자체가 실시하는 안부콜 서비스가 대화의 재미가 없어 노인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진단, 재밌는 대화를 건넬 수 있는 AI 안부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백 대표도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쓰이는 AI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면 안 되기 때문에 상용화 단계에선 개발자들이 버티컬하게(특정 목적에 맞게 전문적으로) 최적화하지 않으면 AI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퓨리오사도 버티컬 전략에 따라 현재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구동을 위한 AI 반도체를 개발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혼자서 완벽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성 책임리더는 “생성모델을 다루면서 ‘좋은 결정’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세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내가 맞는 게 타인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 일관된 잣대로 좋고 나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결정은 각각의 개인이 서로 다르게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결정과 나쁜 결정을 AI가 판단하긴 어렵다”라며 “따라서 AI가 어느 결정에 대해 사람보다 좋고 나쁨을 더 잘 평가하긴 어렵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AI가 꼭 사람보다 좋은 결정력을 가질 필요는 없다”라며 “AI가 훌륭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람이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토론에선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AI 경쟁력도 논의 주제에 올랐다. 이 교수는 “글로벌 AI 인덱스로는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한국이 5위에 올랐다. 기특한 일이다”라며 “각 산업 분야별로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위치를 설명해달라”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게임 분야의 엔씨소프트의 장 센터장은 “게임을 글로벌하게 출시하고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기준으로 보면, 그런 기술력을 가진 엔씨소프트는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했다.
AI 모델 분야에서 네이버의 성 책임리더는 “초거대 AI 등장 이후, 발표되지 않은 주제를 포함해 네이버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논문 발표 기준으로는 상위권에 있다”라며 “저희 대기업이 만든 AI 모델을 많은 기업에 빠르게 공급해 한국의 AI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
AI 반도체 분야에선 백 대표가 “기존 반도체에선 이미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점유율을 주도하고 있다”라며 “AI 반도체는 이제 출발하는 산업인데 기존 반도체 인력이 축적돼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그는 “다만 국산 반도체가 활동할 전방 시장(내수)가 약하다는 단점은 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의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 센터장은 “한국이 AI 산업을 빠르게 따라잡는 건 좋은데, 경쟁력은 꾸준함에서 나온다”라며 “한국은 즉각적인 사업 성과나 논문 실적을 중요하게 여긴다. AI 모델과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할 수 있는 체계와 문화를 만드는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성 책임리더도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먼저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해외 업체에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AI에선 이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김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