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온라인 개최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
'AI 교수님들의 교수님'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교수 기조연설
LG전자·네이버·엔씨소프트가 확인해 준 韓 AI 경쟁력
카카오웹툰·스토리위즈가 그린 콘텐츠의 미래
클럽하우스 CEO 첫 국내 컨퍼런스 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주최하고, 조선비즈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는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2년째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전년에 이어 온라인으로 치러졌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나,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정보통신(IT) 기술 가속에 대한 흐름을 제대로 짚어 명실상부 국내 최대·최고 수준의 테크 콘퍼런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29일 ‘코로나가 앞당긴 새로운 질서, 새로운 기술’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 둘째날 행사는 ‘교수님들의 교수님’이자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석한인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의 기조연설로 시작됐다.
콘퍼런스는 전날에 이어 전체 누적 시청건수 약 5000회를 돌파하며 호응을 얻었다. 유튜브로 콘퍼런스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시청자들은 “강연이 정말 다채롭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우리 사회와 기술에 대한 변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내년에는 꼭 현장에 보고 싶다”, “대단히 시의적절한 주제와 강연이 훌륭했다”는 등의 반응을 남겼다.
◇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 AI…생각과 경험의 한계 초월
기조연설에서 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범용 AI’에 인간이 선호하는 미래, 목표를 알려주지 않아야 한다”라며 “범용 AI가 인간의 선호를 명확히 알았을 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Midas)왕과 같은 불행한 결말을 맞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신들에게 만지는 모든 것을 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했던 미다스 왕은 음식을 먹을 수도, 물도 마실 수 없게 됐을 뿐만 아니라 가족도 금이 돼 불행하게 굶어 죽었다”라며 “인간은 완전하고 정확한 목적을 AI에 입력해야 하지만, 이 입력 목적이 미다스 왕처럼 우리가 선호하는 진짜 미래 모습과 상충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AI는 (사전에 인간이 입력한)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된다면, 선제적 조치를 취해 인간의 사후 개입도 막을 수 있다”라면서 “기계가 인간이 중요시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알면서도 선호·목적을 정확히 알지는 못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러나가면서 목적이 무엇인지 인간으로부터 배워나가며 선호를 이해하게 돼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계가 한 명이 아닌, 다수의 선호를 어떻게 찾아 나가는가는 개인간 선호 대립이 있을 수 있고, 이는 수천년간 사회학자, 경제학자, 윤리학자가 연구해 온 문제이기도 하다”라면서 “이를 통해 확인한 것은 사람이 원하는 대부분의 선호는 단순히 좋은 차, 큰 집이 아닌, 상대적으로 큰 차, 이웃보다 큰 집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러셀 교수는 AI의 발달이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등장한 김동욱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장(전무)은 “스스로 발전하는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석 환경이 필수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스스로 발전하고 사용자에게 맞추는 제품 개발’을 주제로 LG전자가 추진 중인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사업을 소개했다. 김 센터장은 “고객 맞춤형 제품을 위해서는 제품 자체의 본질적인 기능과 제품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라며 “클라우드를 통해 부족한 제품 성능을 추가로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AI와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플랫폼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했다.
성낙호 네이버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 책임리더는 네이버가 지난 5월 국내 기업 최초로 공개한 초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의 기술이 기대의 이상을 성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기존 AI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다면 하이퍼클로바의 가능성은 무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존 AI는 반복적인 프로세스와 고비용 구조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성능의 AI를 내놓을 수 없다”라며 “투입된 데이터와 연산량, 모델크기가 서로 병목이 되지 않는 초대규모 AI는 끊임없어 상승하고 개선될 것이다”고 했다.
장정선 엔씨소프트 NLP(자연어처리)센터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기술을 앞당겼지만, 또 새로운 경험의 시대를 열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AI) 기술은 이런 경험의 극대화를 위한 것이다”라며 “코로나19 이후 메타버스, 버추얼 휴먼, 몰입형 콘텐츠 등이 일상으로 들어왔는데, 이런 것들이 일상 속에서 가치를 발현하려면 사용자가 실제와 같은 경험을 가상세계 속에서 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가상세계의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콘텐츠 질서로 떠오른 플랫폼
이어진 플랫폼 세션에서 박정서 카카오웹툰 스튜디오 대표는 “획일화된 콘텐츠만 있다면, 플랫폼은 그 책임이 있다. 플랫폼은 더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모바일 시대로 변화하면서 웹툰을 보는 화면은 10분의 1로 줄었고, 작품 수는 40~50배 늘어난 상황이다”라면서 “20년 전 (웹툰 산업이 태동하면서 만들어져 현재까지 고착화된) 플랫폼 이용성이 현 작품 수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문제인식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착화된 이용성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 제한된다면, 특정 장르·소재만 인기를 끌 것이고 작가들도 되는 장르·소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된다”라며 “이렇게 되면 콘텐츠 플랫폼의 기본 속성인 다양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했다.
전대진 스토리위즈 대표는 “웹소설과 웹툰으로 대표되는 콘텐츠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원천 지식재산권(IP)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전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웹소설·웹툰 시장은 더욱 성장했지만,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재생산되는 기회는 줄어드는 등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 침체로 투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전체 콘텐츠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전 대표는 “과거에는 하나의 IP를 드라마, 영화, 웹툰, 소설 등으로 가공해 공급했다면, 현재는 세계관과 캐릭터의 확장을 진행하는 슈퍼 IP가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일리야 브라운 트위터 프로덕트 부문 부사장은 소셜미디어(SNS)의 정체성을 ‘공공 대화의 장’으로 정하고, 서비스 품질을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트위터는 최근 새롭게 ‘스페이스’라는 음성 SNS 기능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브라운 부사장은 " 텍스트로는 놓치기 쉬운 감정, 뉘앙스, 공감을 목소리를 통해 전달할 수 있다”라며 “스페이스를 통해 지금 일어나는 일, 여러분에게 중요한 일을 라이브로 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했다. 그는 스페이스의 참여 이용자 수 기준 상위 5개 대화 중 3개는 K팝 아티스트가 참여한 대화로, 스페이스가 K팝의 글로벌 진출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폴 데이비슨 클럽하우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대담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 출범한 클럽하우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폴 데이비슨과 구글 출신 로언 세스가 만든 오디오 전용 SNS 앱으로, 문자·영상 대신 음성으로 대화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참여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비롯,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등 기업인을 비롯, 래퍼 쌈디 등 연예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국내 컨퍼런스에 데이비슨 CEO가 참여한 것은 ‘스마트클라우드쇼 2021′이 처음이었다.
데이비슨 CEO는 지난해 클럽하우스 출시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빅테크의 음성 기반 서비스 제공에 “놀랍지 않다”라며 “오디오는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는 수단으로, 많은 빅테크가 참여하고 있지만 경쟁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데이비슨 CEO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을 때 보통 가장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체는 특정 매체에 100% 집중된다”라며 “역사적으로 봐도 텍스트는 트위터, 사진은 인스타그램, 동영상은 유튜브 등 특정 미디어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런 양상을 1년 동안 봤다”라며 “소셜 오디오에 주목하고 있으며 최상의 툴이 만들어지고 있고, 최상위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고 덧붙였다.
=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