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있는데 버젓이 영업하는 승객-차량 연결서비스 앱 ‘우버(Uber)’, 세금 안내고 숙박업을 하는 숙박 공유플랫폼 스타트업 ‘에어비앤비(Airbnb)’, 링크드인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긁어모은 스타트업 ‘하이큐(HiQ)’ 등등."
"이 기업들은 미국 워싱턴D.C랑 먼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사실 다 기존의 법을 어겼지요. 법을 어긴 곳에서 혁신이 일어난 거예요."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컨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둘째날 강연자로 나선 조성문 차트매트릭 대표,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이승준 어메이즈 VR대표가 좌장을 맡은 이재연 위워크랩스(WeWork labs) 매니저와 함께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을 둘러싼 샌프란시스코반도 초입에 위치하는 샌타클래라 일대의 첨단기술 연구단지 ‘실리콘밸리’는 왜 전세계적인 기술혁신의 상징이 된 것일까.
오라클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음악 빅데이터 스타트업을 창업한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는 "법의 테두리는 참 애매하다"며 "창업자가 무엇이 도덕적인지, 궁극적으로 인류의 선과 혁신에 기여하는 일이라면 ‘불법’을 각오하고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실리콘밸리라는 동네 같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정부 지원 없이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선순환한지 오래다.
카카오 출신으로 실리콘밸리 VR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이승준 어메이즈VR대표는 "한국은 정부 지원을 바라는 스타트업이 많은 것 같다는 점에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을 하는 지인들은 한국 정부의 지원 자금에 맞는 과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서는 투자 생태계가 이미 잘 조성돼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1950년대에 이미 지금 한국과 같은 정부의 1:1매칭 지원이 이뤄졌고, 이후 민간 투자가 활발해졌다"고 덧붙였다.
구글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웹툰 플랫폼 스타트업을 설립한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역시 "미국에는 현재 정부 지원이 많지 않다"며 "미국에 있다보니 한국에서 정부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견학을 오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정말 실리콘밸리를 보려면 견학이 아니라 VC들한테 전화해서 발표(PT)를 직접 해보는 게 더 나은 경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 명의 강연자는 모두 "실리콘밸리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일, 미래가치에 집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창원 대표는 "구글에서도 일했고 한국 대기업에서도 일해봤는데 문제 해결방식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협력사 대표에게 전화를 해 압력을 주고, 그 다음날 문제가 풀려있다"며 "반면 구글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주관 회의를 하면 나와서 시연을 하는데 마치, 록 콘서트장 같다. 엔지니어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하면 휘파람을 부르고 환호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는 기술에 대한 믿음, 엔지니어 중심 문화가 느껴질 정도로 형성돼 있다"며 "이곳에는 인류의 문제를 기술의 힘으로 풀어보자는 공학자로서의 순수한 믿음이 크게 깔려있다"고 말했다.
조성문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 역시 한국 강남 만큼 집 값은 상상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는 회사 만들어서 돈을 번 사람이 땅으로 돈 번 사람보다 많다"며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고 연구해 그 일이 잘 돼 강남 집 10채를 사는 것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이재연 위워크랩스 매니저는 "새로운 기술에 자본이 투입되고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기업이 더 성장하는 식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며 "실리콘밸리에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디어와 기술, 이를 실현하려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스타트업들이 지금 당장에는 수익이 없어도 일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