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vs. 인간 : 테크 빅뱅과 자율 경영'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가 22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1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이번 행사에는 기조연설자 10명, 총 40여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가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블록체인, 공유경제, 드론과 로봇 등에 대한 최신 동향과 전망을 나눴다.
‘제4차 산업혁명’을 기회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청중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이틀 행사 기간 동안 총 1000여명의 참관객들이 몰렸다.
◆ 4차 산업 혁명의 본질은 ‘플랫폼, 공유, 자율경영’
이번 기조 강연자 대부분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이 빚어내는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기조 강연자들은 ‘플랫폼’ ‘공유’ ‘자율경영’ 등을 4차 산업혁명에서 기회를 찾고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키워드로 꼽았다.
플랫폼을 강조한 발표자는 둘째날 기조 강연자로 나선 상지트 폴 초우더리(Sangeet Paul Choudary)였다. ‘플랫폼 혁명’의 저자이자 ‘싱커스 50 레이더’에 꼽힌 초우더리는 “4차 산업혁명은 파이프라인(가스 수송관처럼 선형적인 형태의 공급망) 형태의 비즈니스가 대부분이었던 1,2,3차 혁명과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인공은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활용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키아는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였지만 전형적인 파이프라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했고, 애플은 개발자들을 참가시키는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를 만들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면서 “결국 노키아는 망했고 애플은 승승장구했다”고 강조했다.
초우더리는 “사물에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센서를 붙이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아니다”라며 “이를 토대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E와 보쉬 등 전통적인 제조기업들이 애플의 앱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서 강연에 나선 인사들은 ‘데이터 공유’도 강조했다. 교통 등의 공공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이를 공개하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마크 셰퍼드 GE디지털 아태 지역 최고커머셜책임자(CCO)는 통합 빅데이터의 효과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값싼 센싱 기술, 애널리틱스(분석) 기술, 컴퓨팅 파워의 향상으로 통합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더욱 쉬워졌다”면서 “통합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제조업체와 납품업체, 고객사, 유관 기간과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뉴질랜드 퀸즈타운 공항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항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 공항은 험한 지형과 안개가 자주 끼는 날씨 탓에 비행기가 착륙하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퀸즈타운 공항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날씨와 비행기의 과거 착륙 데이터를 융합해 착륙 경로를 단순화시켜 1시간에 5대의 비행기밖에 착륙할 수 있었던 것을 12대가 착륙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며 “72만㎞를 운항할 수 있는 연료를 절약했으며, 연착도 20% 줄어들면서 공항 운영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 역시 공공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도시의 교통문제를 개선했다. 2011년부터 교통 정보 데이터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공개하고 ‘오픈 혁신 플랫폼’을 만들었다. 젊은 창업자들이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이용해 교통 정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성화시켰고 주요 산업이 됐다. 무인주행차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적 방향의 단초가 된 셈이다.
로시나 호에테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 최고혁신책임자 겸 최고데이터책임자는 “싱가포르 정부가 교통정보 데이터를 공개한 결과 대중교통 이용과 차량 공유가 편리해졌다”며 “궁극적으로 싱가포르를 보행자 중심의 도시, 차가 지배하지 않는 도시로 만들어 많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혁신의 단초를 만드는 자율경영도 기조 강연자들이 꼽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법 중 하나였다.
미국 실리콘밸리 혁신의 ‘제인 본드(Jane Bond·007 영화의 특수 요원 제임스 본드의 여성형)’로 불리는 닐로퍼 머천트 루비콘컨설팅 창업자는 소셜(Social) 시대에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으로 ‘인재, 목적의식, 문화’를 꼽았다.
그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경우 기업은 사람보다는 효율성에 중심을 맞췄지만, 소셜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구성원들, 소규모 조직들이 서로 연결돼 (긍정적인) 상호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조직의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여기에 구성원들 각자의 유일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곁들여지면 혁신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자율주행은 꿈이 아닌 현실…블록체인 금융 빅뱅도 가까워져
싱가포르 정부 역시 자율주행 택시와 화물차량을 도입해 ‘차량이 도로를 지배하지 않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싱가폴 정부는 자율주행 화물 차량이 주행하는 ‘지하 터널’을 만들고 버스와 택시, 개인차량 역시 무인화 할 계획이다.
로시나 호에테오는 “싱가포르는 자동차 제조기술이 발전한 나라가 아닌 데다가 자동차 제조기업도 없어 기득권의 영향이 적고 자유로운 편이어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며 “앞으로 중요한 계획은 자율주행버스 이니셔티브이며, 기차에서 버스로 택시에서 개인자동차 순으로 ‘단계적 접근’을 취해 보행자들이 주인이 되는 도로로 바꿔 많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스테판 마빈 르노 연구개발(R&D) 연구소 혁신 담당임원은 “자율주행차량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운전할 때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전에 사용하는 시간을 여가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며 “사람이 운전에서 눈을 떼게 만들기 위해 차량의 센서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때 법적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르노는 ‘안전 점검’을 철저히 실행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르노가 최종 목표로 하고있는 자율 주행 차량은 결국 로봇 택시다. 스마트폰으로 다이얼을 누르면 원하는 곳을 데려다 주는 차량이다. 르노는 자율주행 차량이 개발되면서 점차 차량의 내부도 거실의 쇼파 형태처럼 편안함을 추구하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르노는 긴박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운전자가 직접 운전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기술적 로드맵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마빈 임원은 “결국 기술과 관련해서 로봇 데이터 융합 기술이 필요하다”며 “로봇이 자동차 운전을 위한 완벽한 시야를 갖기 위해 명확한 데이터 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현철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2030년쯤이면 지능화된 무인 이동체들이 일상 생활에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교수는 “내가 2009년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상용화는 먼 훗날의 이야기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미국,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무인항공기, 무인차뿐 아니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배나 잠수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며 “처음에는 상용화 시점을 2045년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대로라면 10년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는 “매우 훌륭한 조종사도 단 한 번의 판단 실수로 승객을 죽일 수 있다”면서 “인간의 판단력에 인공지능, 딥러닝 등의 기술이 접목되면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에서는 국내외 금융기관과 기업이 주목하는 블록체인도 심도있게 다뤘다. 팀 스완손(Tim Swanson) R3CEV 컨소시엄 최고 리서치 책임자는 ‘블록체인과 금융빅뱅’이라는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블록체인 상용화 해법을 제시했다.
팀 스완손 R3CEV 최고 리서치 책임자는 “공공 블록체인은 일반적으로 계약 관계, 조건, 소비자 보호 등을 보호할 체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거나 문제가 있을 때 결과적으로 책임을 물을 사람이 없고 시스템도 폐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공공 블록체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계약 당사자를 알 수 있고, 법적 계약도 할 수 있다"면서 “특정 기관과 연계돼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정에 소송도 제기할 수 있어 많은 기업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 1000여명 몰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미래창조과학부와 서울특별시, 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이 주최하고 조선비즈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IT업계 종사자 뿐만 아니라, 보험, 금융, 유통, 미디어, 교육 등 다양한 업계 종사자들이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라이브 이벤트 애플리케이션인 ‘콩콩(congkong)’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담자에게 질문하거나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전시 부스에도 관람객들로 붐볐다. 이날 전시부스엔 7개의 IT⋅클라우드 기업이 자리했다. 엔쓰리엔, 와탭랩스, 한다시스템, 크로센트, NHN엔터테인먼트는 의료, 금융, 교육 분야와의 융복합 서비스·솔루션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기조 강연을 한 시에관홍의 회사 원모어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보기 위해 전시 부스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22일 조선호텔 2층 오키드룸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미래의료, 클라우드에서 답을 찾다!’라는 주제로 제9회 클라우드 데이가 열렸다. 미래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의료 관련 기관(병·의원, 솔루션·장비 기업, 유헬스 기업 등)과 클라우드 전문 기업, 벤처캐피탈(VC)등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송희경 새누리당 국회의원(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 공동 대표)은 “왓슨이다, 알파고다 해서 인공지능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비즈가 훌륭한 행사를 만들어 대한민국이 4차 산업 혁명의 기회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면서 “인간과 기계는 공존해야하며 인간은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도구로 기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에 참가한 공정배씨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정말 오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다”면서 “앞으로 조선 비즈에서 하는 이 행사는 필수로 참여할 것 같다. 한마디로 주옥같다”고 말했다.
=류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