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둔화되지 않고 있는 데다 내년 정부의 재정지출(약 470조원)이 올해 대비 10%가량 증가하는 점이 한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국내 경기가 나쁘지 않음에도 주식시장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미국 달러화 강세를 지목했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매도하고 달러 보유에 나선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공포심까지 덮쳤다는 분석이다.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18 미래투자포럼’에서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리나라의 일평균 수출금액 추이를 보면 최근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며 "물론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글로벌 금융시장도 부진한 상황이지만 수출 분야를 보면 우리나라 경기가 꺾였다는 신호를 관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지리적 이슈 등으로 한국 수출에 3~6개월 선행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지난 9월 59.8을 기록하는 호조세를 보였다"며 "수출 호조에 힘입어 기업 실적 개선흐름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정부의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점도 국내 경기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았다. 홍 팀장은 "우리나라 예산안을 보면 2019년 재정지출은 올해 대비 40조원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돼있다"며 "재정승수가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저금리 환경에서는 조세지출 증가가 경제의 다른부분 수요를 억제하는 리스크가 덜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는 이유는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이 도입된 데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올해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이라며 "재정정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 여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도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로는 강(强) 달러가 꼽혔다.
홍 팀장은 "글로벌하게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매도하고 있다"며 "환차손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면 되면 ‘팔아두고 나중에 사자’는 매매행위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실질정책금리(정책금리 - 물가상승률)를 살펴보면 2000년 이후 실질금리가 플러스(+)가 되면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마이너스(-)가 되면 경제성장률이 반등하는 ‘머니터리 비즈니스 사이클(monetary business cycle)’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연준이 최근 금리인상의 의지를 보여준 것은 미래 다가올 불안에 대비해 실제로 위기가 닥쳤을 때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리스키한 자산을 들고가는 것보다 달러를 더 보유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부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팀장은 "달러 인덱스가 상승세를 보일 때마다 선진국 대비 신흥국 주가 퍼포먼스가 나빠지는 흐름을 보였다"며 "우리나라 기업 실적이 좋고 내년 1~2분기 수출이 나쁘지 않아도 국내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것은 결국 달러 강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와 금리 조정에 따른 사실상의 기업 보조금 지급으로 맞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고 중국 수출 제품 가격이 인상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제품의 가격 인상을 막고 있다.
홍 팀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내수시장을 개방하고 지적재산권 보호에 나서는 방법도 있었지만 위안화 평가 절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이는 중국이 장기전을 준비한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관세 부과로 피해를 입는 중국 기업에 저금리 대출을 내어주는 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했다. 중국 명목 경제성장률이 대략 10% 안팎이라는 것을 가정하면 중국 경제에서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매칭시켜줄 수 있는 균형금리도 10% 수준인데 중국의 대출 금리는 4.5%이기 때문에 금리가 대단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홍 팀장은 "중국 기업들은 은행에서 대출만 받을 수 있으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받는 것과 다름 아닌 패턴을 보인다"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데도 중국이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공언하는 뒷 배경에는 무역 전쟁에서 수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 사실상 보조금을 더 지급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승주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