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 기업인 재영텍의 박재호 대표는 “배터리 수요가 커질수록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보유한 국가가 자원을 무기화할 것”이라며 “여기에 대응하려면 배터리 재활용이 필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미래에너지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 배터리 소재 기업 모두 중국에 대한 리튬 의존도가 큰 상황”이라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환경을 위해서도 재활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2032년부터 11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사용 후 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루 평균 5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1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박 대표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수명이 10년인 점을 고려할 때 2030년부터 사용 후 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이를 재활용하지 않고 광산 개발로 충당하려고 하면 환경이 파괴된다”고 했다.
다만 아직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자원의 양(회수율)에는 한계가 있다고 박 대표는 진단했다. 코발트와 니켈 회수율은 평균 90% 중후반대, 리튬 회수율은 80%대다. 박 대표는 “배터리 시장 확대에 따라 원재료 수요도 늘어날 텐데 재활용 기술을 더 고도화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재영텍도 재활용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은 크게 전처리 공정과 후처리 공정으로 이뤄진다. 전처리 공정에선 배터리의 전력을 모두 방전시킨 뒤 물리적으로 파쇄해 다양한 자원이 뒤섞여 있는 블랙 파우더(Black Powder·검은색 가루)를 제조한다. 이후 후처리 공정에서 블랙 파우더에 있는 금속을 추출한다.
재영텍은 블랙 파우더에서 ‘리튬’을 먼저 추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박 대표는 “NCM 배터리를 기준으로 중국 재활용 기업은 NCM을 빼낸 뒤 리튬을 추출하기 위해 수많은 약품을 사용하고 공정도 복잡하다”며 “재영텍은 물에 잘 녹는 리튬의 성질을 이용해 우선 리튬부터 빼내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재영텍은 지난해 LG화학(649,000원 ▼ 7,000 -1.07%)으로부터 24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LG화학과 북미 지역에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JV)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사업 확장과 함께 배터리 생산과 소비, 재활용이 계속 순환하는 ‘Closed loop System(폐쇄 루프 시스템)’ 구축을 핵심 목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