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0 미래에너지포럼’의 2세션 좌장으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주력 에너지가 화력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기회 요인도 있는 만큼 기업과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대담에는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와 김희집 에너아이디어즈 대표,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날 세션에서 에너지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전력 수요 관리를 위해 정밀한 예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전력수급 계획을 조언하는 총괄분과위원회는 지난달 9차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15년 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날씨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변화할 때 전력 설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대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로 발전량의 40%가량이 풍력인 제주지역은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넘칠 때 강제로 발전을 차단하는 출력 제한(curtailment)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강 교수는 "제주지역의 경우 올해 1~5월 풍력 출력 제한이 지난해 출력 제한 횟수(39회)를 넘어섰다"며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술적, 제도적 문제가 2034년쯤에는 한반도 전체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의 8% 내외였기에 전력 시장에 영향이 적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15%로 늘어나는 2025년부터는 전력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도 "신재생에너지의 큰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전력 교환을 해야 한다"며 "인접 국가와의 그리드(공급망·Grid) 연결은 국가적 과제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에너지전환은 100년 이상, 즉 한 세기에 걸쳐 진행되는 초장기적 과제로 너무 급하지 않게, 그렇지만 꾸준히 경로 의존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의 수요 예측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는 올해부터 2034년까지 전력수요가 연평균 1%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4차산업혁명 등으로 전력수요가 얼마든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망과 다르게 우리나라 전력 수요가 1년에 5%씩 증가하게 되면 전기가 부족해 급하게 화력발전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며 "변동성 때문에 전력예비율이 모자라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전력 수요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전력 수요 관리와 관련해 우려되는 점으로 ‘데이터센터’를 지목했다. 신 센터장은 "2010년 이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이 550% 증가해 전 세계 전력소비량의 2%를 차지하는 상황"이라며 "4차산업혁명으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점점 주목받고 있어 정부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을 고려해 미래 전력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에너지전환에서 위기뿐 아니라 경제성장 기회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에너지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큰 시장을 만들고 있고, 의미 있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있다"며 "에너지산업 자체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보고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에너지 산업을 우리나라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2030년까지 원전 관련 인력이 3만명에서 1만명 정도로 줄어들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10만개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가 있다"며 "희망을 가지고 에너지 전환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