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들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올해는 블록체인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며 블록체인은 금융업 뿐 아니라 모든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다.”
제임스 왈리스 IBM 블록체인 사업부문 부사장은 “블록체인을 통해 프로세스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비용 감소와 이익 증대는 물론 새로운 사업 모델도 나타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8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8 미래금융포럼’ 기조연설자로 등장한 왈리스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의 현 주소와 블록체인이 바꿀 금융의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왈리스 부사장은 블록체인의 실질적 효과는 ‘신뢰’라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과정마다 검증이 이뤄지고 실시간으로 정보가 교환되기 때문에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비효율이 사라지고 새로운 사업 영역도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많은 금융사이 블록체인 도입과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금융업을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지만, 금융업은 아직도 블록체인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많은 은행들이 이른바 ‘블록체인 관광’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융사가 블록체인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일단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얼리어답터가 아니라면 적어도 패스트팔로워는 돼야한다”며 “기회를 잡으려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와 협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CEO는 블록체인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미래를 내다보고 필요에 따라 사업 전략을 수정·보완하는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IBM 블록체인 사업부의 주고객은 누구인가.
“어떤 업체를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블록체인은 모든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IBM은 도이치뱅크, HSBC, 유니크레딧 등 유럽 9개 은행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위트레이드(we.trade)’를 준비 중이다. 국제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들에게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업 이외에 어떤 산업에서 블록체인이 활용되고 있나.
“공급망 관리다. IBM은 지난 1월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와 조인트벤처(JV)를 만들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컨테이너를 A국에서 B국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 위치를 추적하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 컨테이너 하나를 보내는 데도 200건 이상의 서류 작업이 필요하다. IBM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운송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IBM은 머스크 뿐만 아니라 다른 해운사나 각종 수출입 기관, 항만 당국 등 전 업계가 네트워크에 합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공유하는 정보도 많아지기 때문에 기술의 가치가 커지고 혜택도 많이 누릴 수 있다.”
-블록체인이 금융 또는 은행업을 새 패러다임으로 인도할까.
“동의한다. 금융권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것이다. 심지어 산업 간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만 놓고 보자면 아직은 초기 단계다. 자본시장 관련 기업들이 먼저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을 시작했다. 빠르면 6개월 안에 실제 적용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 이어 기업금융, 무역금융, 국제거래 등으로 확산될 것이다. 소매금융 분야는 아직 뒷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많은 은행들은 블록체인 투자를 주저하며 기술을 평가하는 개념증명(PoC·Proof of Concept) 단계에 그치고 있다. 이를 두고 ‘블록체인 관광’이란 말도 많이 쓰인다.
하지만 PoC 단계에서 하는 일과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매우 다르다. PoC는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하기 때문에 사이버 공격 등 실제 발생 가능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준비하기가 어렵다.”
-금융업은 어떻게 변화할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프로세스 효율이 개선되면서 비용이 감소하고 이익이 증대될 것이다.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새로운 사업 모델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위트레이드가 한 사례가 될 것이다. 위트레이드가 상용화되면 산업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은행이 신뢰하고 돈을 내어주기 어려워했던 개발도상국이나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은행은 이들의 무역 거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안전한 시점에 적절히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고객,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셈이다.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인증 분야를 비롯해 앞으로 소매 금융이나 커넥티드 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과 블록체인이 결합하면 신기하고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블록체인이 널리 상용화되면 카드업계 등 중개업은 궁극적으로 사라질까.
“완전히 사라지기 보다는 역할이 변할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블록체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카드업계 역시 블록체인 시대를 맞아 어떤 사업을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개인 문제는 앞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일부는 사라지겠지만 사라지는 속도도 생각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의 상호 호환이 가능할까.
“기술적 상호 운용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블록체인의 효용성이 커지려면 물류 네트워크나 지불 네트워크, 무역금융 네트워크 등 서로 다른 네트워크가 상호 호환돼야 한다. 가령 무역금융 네트워크가 해운 네트워크에서 위치 정보를 받아서 지불 네트워크에서 해당 기업에 대금을 지불하라는 신호를 전송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상호 호환성은 매우 중요하다. 실물 자산이 오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현이 어렵지도 않다. 다만 블록체인간 기술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상호 호환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블록체인의 한계나 위험성 등은 없나.
“초기에는 가상화폐의 익명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다만 승인형 블록체인이 발달하면서 규제당국의 입장이 전환되고 있다. 또 아직 블록체인은 1단계 버전에 불과하다. 과거 소프트웨어 발전 단계를 보면 버전 2~3으로 가야 사용자도 많아지고 시장 크기도 커진다. 마지막으로 보안 문제다. 블록체인이 다른 기술이나 시스템에 비해 보안성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어느 시스템이든 100%는 없다.”
-블록체인은 금융사의 위기일까 기회일까.
“금융사 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에게는 기회다. 금융사는 블록체인에 투자하거나 중개 역할을 축소하거나 방향을 정하고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일단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얼리어답터들이 많은 PoC는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 부분은 건너 뛰고 바로 사업 모델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