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공시·구체적 지시로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증대
경영진·감사위원회 인식 변화 필요
”당장 비용 아닌 사회적 편익 고려”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기업 횡령 예방을 위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제고 심포지엄’ 패널 토론 참석자들은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외부 감사인의 독립성 보장 ▲내부회계관리 시스템 구축 ▲전문 인력 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 입장에서 당장 비용 증가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이날 토론은 한국회계학회장을 맡은 유승원 고려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정진교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장, 오기원 삼일회계법인 대표, 이창훈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전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 송병관 금융위원회 기업회계팀장,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좌장을 맡은 유승원 한국회계학회장은 연이은 횡령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현실을 지적하며 토론을 시작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입장을 전달하는 정진교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장은 내부통제제도를 아무리 갖춰도 모든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대변했다. 대신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의 자발적 공시 제도를 제시했다.
정 본부장은 “국내 상장사들은 감사보고서 ‘적정의견’을 받지 못하면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며 “인력,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대다수 기업의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한 상태에서는 감사보고서 ‘적정의견’까지 받아내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기업 입장에서 미비한 부분을 인지하고, 자체적으로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방향도 있다”며 “중소·중견 기업의 감사 관련해 부담을 줄여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진과 감사위원회 역할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기원 삼일회계법인 대표는 “경영진이 재무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고, 감사인이 독립적으로 감사할 수 있도록 회사 내부에서 여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의 인식 변화와 실질적인 투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훈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부통제제도의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간 여러 회사에서 분식회계가 발생했는데, 결국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회계 감사가 깐깐해지면 회사는 당연히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업의 가장 기초인 회계 정보를 믿을 수 있도록 기업을 포함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지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병관 금융위원회 기업회계팀장은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중 내부감사 운용실태평가보고서 내용이 자세히 쓰인 기업은 거의 없다”며 “미국과 비교할 때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도록 내실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내부통제제도를 성실히 지키고 있는 기업에 한해 제재 경감 등 유인책도 고려할 수 있다”며 “회계부정포상금을 늘리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 수준이 높아지면 실제 횡령 범죄가 줄어든다”며 “다만 경영자 입장에서 담당 인력 확보, 감사위원회 권한 확대 등 당장 비용이 나가지만, 효과는 뒤늦게 나타난다는 게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비싸서 못하겠다’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며 “향후 기업이 자발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제재 감면 방안도 시장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업 횡령 예방을 위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제고 심포지엄’에는 회계법인과 학계 관계자 등 110여명이 참석해 상장사 내부통제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