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여전히 실체와 가치를 모색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원회는 잘 했을 때 칭찬은 못 받지만, 잘못하면 거센 비난을 받고 책임을 추궁 당하는 조직이다. 당국의 입장을 이해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금융 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중단은 정식 규정에 기반한 게 아닌, 증권사의 협조를 통해 이뤄진 측면이 있다. 미국, 캐나다 등도 허용한 상품을 마냥 규제만 하는 게 맞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최근 금융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발행을 금지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뚜렷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윤 의원은 국내 금융 당국이 미국에 비해 투자자 보호에 더 큰 책임을 지고 있어 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김 의원은 당국이 자본시장법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며,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야를 대표하는 두 의원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조선비즈 가상자산 콘퍼런스’의 첫번째 세션인 특별좌담에 참석해 비트코인 현물 ETF를 포함한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블록체인 산업 육성의 방향성’을 주제로 한 이번 특별좌담은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역임한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첫번째 화두는 최근 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비트코인 현물 ETF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1일 블랙록 등 11개 자산운용사가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신청을 승인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 당국은 국내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와 운용사의 발행을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
국내 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윤창현 의원은 “미국은 금융 시장에서 민간의 자율성을 더 크게 보장하는 반면, 국내는 투자자 보호에 대한 금융 당국의 책임이 크다”며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윤 의원은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지만, 이는 ‘한번 해 보고 수익을 내 봐라. 당국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는 금융 당국이 책임 소재에서 빠져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는 당국이 뭔가 잘못되면 미국에 비해 더 큰 원성과 비난을 받게 된다”며 “투자자 보호의 책임이 더 크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한규 의원은 금융 당국의 신중한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 동안 충분한 검토 없이 뒤늦게 규제 방침을 확정한 데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지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어려운 문제가 많아 당국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비트코인의 거래 통화 중 원화의 비중이 크고, 미국과 캐나다 등 여러 금융 선진국들도 거래를 허용했는데 마냥 규제만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자본시장법에 위배되는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를 막은 데 대해서도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금융위가 자본시장법의 기초자산의 정의 부분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면서 “엘살바도르 등 일부 국가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고 있기도 하고, 큰 틀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는 금융투자 상품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주장대로 비트코인 현물 ETF의 도입에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오는 4월 총선과 상임위 구성, 법안 발의 등에 최소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굳이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금융위의 판단에 따라 지금이라도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와 발행이 가능하다는 게 김한규 의원의 해석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디지털자산기본법 1단계 법안에 대한 각자의 소회도 밝혔다. 1단계는 주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둔 법안이다.
윤 의원은 “당초 가상자산 법안을 논의하고 여러 정책을 결정하는 조직을 더 크게 만들고 싶었지만, 입법 과정에서 한계가 많았다”며 “향후 2, 3단계 법안 논의 과정에서 다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기관과 법인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김 의원은 정책 참여자들이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정무위에서 가상자산 법을 논의하면서 항상 ‘동료 의원들이 과연 가상자산을 잘 알고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면서 “결국 투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1단계 법만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해 국회가 어떤 별도의 법을 만들어야 하는 지, 관련 부처를 금융위로 둘 지, 경제 부처로 둘지도 아직 모호한 상황”이라며 ”4월 총선을 거쳐 22대 국회가 출범해도 신속한 논의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