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법안 제정 외에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그 동안 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정보가 일부에만 편중돼 여러 잡음을 일으킨 만큼 각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업계 전체가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3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오후 패널토의에선 건실한 가상자산 산업을 위해서는 규제도 중요하지만 업계의 자정 능력 또한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날 패널토의는 ‘가상자산 규제의 현재와 미래: 무엇을 했고 뭘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좌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유일한 가상자산 담당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는 주현철 법무법인 이제 변호사가 맡았고, 패널로는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윤성원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나섰다.
해당 토의에선 가상자산 시장에 여전히 만연한 사기와 같은 금융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등 업계의 자정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준우 대표는 “결국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보”라며 “또한 정보가 효용성이 있으려면 취득한 정보가 특정 코인 가격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다만 지난 2017년과 2018년을 돌아보면, 당시 코인들은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보가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며 “따라서 그때부터 코인 공부가 굳이 필요하냐는 의문을 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유가증권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을 가르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차이로 봤다. 유가증권시장은 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증권사 등 각 기관이 업무를 분담하고 관련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코인 시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만약에 증권시장도 거래소만 있고 리서치센터, 회계법인, 전자공시시스템이 없다면 ‘투기판’과 다름없을 것”이라며 “가상자산 시장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토의에선 지난해 5월, 가치가 일주일 만에 99% 넘게 폭락한 루나-테라 사태, FTX 파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보다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들렸다.
이해붕 센터장은 “사실 선량한 사업자라고 하면 고객의 자산을 내 이익을 위해 함부로 쓰지 않는다”며 “이제는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전문가, 학계 등 논의를 통해 공동체가 예외 없이 져야 하는 내용을 법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횡령과 같은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법에 담는다면 투자자 보호 역시 한층 강화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법 제도는 가상자산이 국경을 뛰어넘어 거래되는 특성을 고려할 때, 해외 사례를 고려해가며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근 업비트를 포함한 각 거래소들이 최근 거래소 공동 연합회를 만들며 자율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은 고무적이나 미국과 같은 다른 선진국 사례와 통용되는 법안을 마련해야 효과적인 규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선영 교수는 “한국의 법안은 유럽 연합, 미국과 비교했을 때 그 내용이 촘촘하거나 도입이 빠르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 등과 소통하면서 규제 수준을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