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가상자산 열풍에 발맞춰 ‘가상자산 2.0: 도약과 혁신’을 주제로 한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가 20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블록체인 권위자인 프리마베라 디 필리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와 국내 가상자산업계를 대표하는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 이석우 두나무 대표 등이 참석한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가상화폐의 미래와 규제 흐름을 심도 있게 짚어보고 토론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디 필리피 교수는 가상자산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전 세계 각 국은 법과 규제 체제에 새로운 도전을 맞이했다고 강조했다. 디 필리피 교수는 하버드 로스쿨 인터넷·사회를 위한 버크만-클라인센터 교수이자 국립과학연구·교수센터 영구 연구원이다. 책 ‘블록체인과 법: 코드의 규칙’ 저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가상화폐 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는 쉽게 말해 블록체인 기반 IPO(기업공개)인데, 해당 암호화폐 토큰 발행을 책임지는 법적 실체가 없을 수도 있다”며 “투자자에게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소를 기술을 통해 줄여나갈 수 있다면, ICO도 결국 증권 같은 투자 계약과 기능적으로 동등할 것이고, 규제로 인한 장애를 줄여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는 메타버스와 가상자산의 미래를 국내 게임 업계 수장의 시각에서 풀어냈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 ‘미르’를 만든 기업으로, NFT(대체불가토큰) 기술을 활용해 게임 업계에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분야를 부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대표는 “2018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래드 플레이어 원’의 오아시스 서비스(메타버스를 그리고 있는 영화 속 게임)에 대해 창조자인 제임스 할러데이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했다”라며 “가장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 역시 게임을 만들었다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과 메타버스는 가장 잘 닯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 만들어진 게임에는 일방적인 사고 팔기가 아닌 순환 경제가 형성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가상화폐를 통한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고, 나라 무역 하듯이 게임을 왔다갔다하는 코인이 생길 것이며, 또 이를 활용한 새로운 게임이 생겨나면서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기조연설 이후 이어진 강연에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부흥시키기 위해 국내 업권법(특정 업종에 대한 근거법)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가격’ 중심으로만 이뤄져 온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2017년 초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며 국내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며 “그런데 2018년 초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발언을 계기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뒤 지난해 다시 부흥할 때까지 약 3년 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가상자산 업권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지금부터 활발하게 논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분명히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례로 “주식 그리고 부동산까지도 결국은 코인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증권형 토큰 거래소들이 생긴다면 한국이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강연에 나선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혁신의 촉진은 적절한 수준의 규제 감독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원칙을 강조하면서 “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연 이후에는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최근 부상하는 NFT 사업의 규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윤하리 신한은행 블록체인랩장은 “신한은행도 NFT 발행을 준비 중인데, 가장 큰 문제가 NFT가 ‘가상자산이냐, 아니냐’”라면서 “현재는 법률 적용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이고, 향후 시범적으로라도 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후 강연에서는 박혜진 바이야드 대표가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팬층을 보유한 NFT 프로젝트 기업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과 협력한 사례를 들어 NFT를 통해 콘텐츠나 지적재산권(IP) 가치를 극대화하는 법을 설명했다.
아디다스는 BAYC가 내놓은 원숭이 캐릭터 작품(’#8774′)을 구입한 뒤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혀 NFT로 내놨다. 이 NFT는 준비된 물량 3만개가 개당 100만원 꼴로 단 몇 초만에 매진됐다.
박 대표는 “IP를 보유한 기업에 NFT는 새로운 비즈니스이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자)를 공략할 효율적 마케팅 전략”이라며 “단순히 IP에 NFT를 붙이는 수준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시기가 굉장히 빠르게 닥칠 테니 이 제품을 왜 사야 하고, 왜 수집해야 하며, 왜 자랑하고 싶은지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충분히 연구해야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 번째 강연자로 나선 정아름 라인테크플러스 블록체인 사업개발담당은 “올해는 시장이 최소 3배 이상 성장하고 2025년엔 230조원 규모를 형성할 걸로 예상한다”며 “자사를 포함한 NFT 사업자가 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중화 전략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기업이 주목하는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인 만큼, 정계와 산업계 전반에 걸쳐 주요 인물들이 두루 현장에 참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희곤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직접 자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동영상을 통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 밖에 참석하지 못한 대학생과 직장인, 기업 경영인들 역시 인터넷을 통해 행사를 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