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블록체인과 함께 대두되고 있는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두 나씽(Do Nothing)' 규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블록체인, 암호화폐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자본 시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행사에서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블록체인의 미래: 블록체인 기술·산업 전망'을 주제로 한 기조 강연에서 "한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끌고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암호화 시장이 캐피탈 마켓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터넷의 등장과 진화, 그리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조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사진을 화면에 띄우고 "(이작 줍는 여인들은) 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를 독식하는 일이 용인됐던 당시 시대상을 담은 그림이며 지금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회사의 주주는 (과거 프랑스 지주들처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나오는 이익을 독점하지만, 블록체인은 주식회사가 아니라 일한만큼 수익을 가져가는 협동조합의 모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도 구조적으로 이같은 협동조합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조합원만 참여할 수 있는 협동조합과 달리 장벽 없이 누구나 프로토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 자본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최근 1~2년 사이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정부를 비롯한 규제 기관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김서준 대표는 "블록체인과 관련해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선택한 입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ICO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실상 어떠한 (관련) 실효법도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결국 불안에 떨며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몰타, 싱가포르 등에 가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정부가 주최하고 있는 간담회에 가보면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하고 있는 규제를 발맞추고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발맞춰 따라가는 수준으로는 한국만이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이 될 수 없다. 미국, 중국과 똑같다면 누가 한국 와서 일하고, 회사를 만들며 프로젝트 만들겠나"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의 인적 자원 측면에서도 정부 규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 자체가 캐피탈 마켓이 되지 못하는 이상 더 이상 최고 수준의 인재를 잡아둘 수 없다는 점"이라며 "특히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더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민규 기자, 박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