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와이오밍주, 석탄발전소 부지 활용
인력도 유지... 공정한 에너지 전환 케이스
“이동 수단 등 전동화로 전력 수요 늘어”
테라파워 나트륨 SMR, 친환경에 안전
크리스 르베크(Chris Levesque)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6일 “우리는 첫 나트륨(Natrium·소듐냉각 방식) 소형모듈원전(SMR)을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폐쇄된 석탄발전소 단지에 건설하기로 했는데, 이는 석탄에서 원자력으로 에너지 전환에 성공하는 유일한 사례”라고 말했다.
르베크 CEO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조선비즈 미래에너지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SMR 등 차세대 원자력이 필수적”이라며 “향후 모든 이동 수단이 전동화(전기로 움직임)되고 산업에서도 많은 부분이 전기화되면서 2050년까지 전력 소비량이 2~3배 이상 늘어나게 될 것이다. SMR이 에너지 수급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파워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345㎿(메가와트)급 실증 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약 25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이 생산되는 이 사업에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의 일환으로 기술 개발과 건설 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약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르베크 CEO는 SMR 원전이 지역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와이오밍주에는 다수의 석탄 발전소들이 있는데, 환경 규제 때문에 석탄 발전소와 석탄 광산이 문을 닫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지역은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SMR은 발전소가 과거 있었던 부지를 활용하면서 운영을 비롯해, 인력 부분에서도 기존 숙련자를 활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석탄발전과 원자력 발전은 거대한 터빈, 파이프 부분에서 서로 비슷하다”라며 “빌게이츠 창업자가 발전소 건설 부지에 직접 와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원전 안전성도 설명했다. 과거 석탄발전소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지역사회에 미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르베크 CEO는 이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SK(143,500원 ▲ 3,300 2.35%)와 SK이노베이션(166,800원 ▲ 800 0.48%)은 지난해 8월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완료했다. 지난 4월에는 SK, SK이노베이션, 한국수력원자력이 테라파워와 4자 간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르베크 CEO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고, 당시 원전과 관련해 한·미가 협업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라며 “SMR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면 청정에너지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달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기술이 소듐고속냉각로인데, 한국의 대전 과학 단지에서도 많이 연구하고 있어서 협력 여지가 충분히 있다. 특히 한국은 조선소도 많고 원전을 1년에 1개씩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숙련공이 많다. 한국의 다른 투자자들과 협력해 나트륨 원전을 확대하고 싶다. 한수원에서도 새로운 원전 부지를 같이 고민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르베크 CEO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SMR의 필요성도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지난 30년간 미국의 전력산업 수요는 매년 2~3%의 변동만 있는 평평한 수준이었다. 제조업 기반에서 서비스 기반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는 중이었고 전력 효율성이 높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이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우리는 안주하게 됐고 향후 2~3배 이상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미국은 100기가와트(GW)의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는데, 결국 SMR 등 차세대 원자로가 필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르베크 CEO는 테라파워의 상용화 성공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차세대 원자력은 핵분열과 핵융합 기술이 정말 중요한데, 우리는 이미 기술적으로 ‘죽음의 계곡’을 한번 거쳤다”며 “두 번째 계곡은 에너지 가격에 대한 것인데, 기술의 상용화를 의미한다. 우리는 조만간 2차 계곡에 진입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 2006년 설립한 회사로, 차세대 원자로인 SMR 부문을 선도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로로 꼽히는 나트륨 방식의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소듐냉각고속로, 용융염원자로 기술 등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대형 원전 대비 누출·폭발 등 사고 위험이 낮아 친환경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