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완 한화솔루션 (46,450원 ▼ 350 -0.75%) 미래기술연구센터장은 17일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1 미래에너지 포럼'에서 “수소가 재생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해 안정적인 저장 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미래에너지포럼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손 센터장은 수소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 시작점으로 모빌리티(Mobility) 분야를 꼽았다. 경제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에 8800원인 수소를 활용해 자동차가 1㎞를 가려면 약 90원이 든다. 1리터에 1500원인 휘발유를 쓰면 1㎞를 주행하는데 105원이다. 수소가 이미 휘발유보다 연료 효율면에서는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손 센터장은 “모빌티리 분야가 가장 경제성이 높아 수소를 먼저 활용할 것”이라며 “수소가 리튬배터리 등과 비교해 대용량 저장이 가능한 만큼 트럭이나 기차, 선박 등 대형 모빌리티에서 사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전기차는 도시 안에서 움직이는데, 수소차는 서울에서 부산과 같이 장거리를 이동할 때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수소가 ‘에너지’를 넘어 ‘물질’로 기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수소의 분자식은 ‘H₂′인데 여기에 이산화탄소(CO₂)를 결합하면 메탄(CH₄)이나 에탄(C₂H₆)으로 바뀐다. 이를 활용하면 석유화학의 주요 제품인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수소의 경제성이 커질수록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해지는 셈이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는 글로벌 수소 수요가 2030년 이후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2050년까지 2015년보다 10배가량, 국내는 같은 기간 7배가량 수소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앞두고 국가별, 지역별로 기가와트(GW) 단위의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아직 메가와트(MW) 단위의 실증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과 다소 격차가 있다.
손 센터장은 한국이 수소산업에서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수소 경제 이전에 석유화학산업과 액화천연가스(CNG)산업이 발달해 파이프라인과 저장시설을 많이 갖추고 있다”며 “이런 네트워크가 수소와 연계되면 산업이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현대자동차 등 연료전지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 역량을 보유한 기업도 많아 먼저 수소산업을 고도화하고 있는 유럽이나 호주보다 수소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말했다.
한화 (31,550원 ▲ 250 0.80%)그룹은 수소 생산부터 공급까지 전주기 사업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화솔루션 내 큐셀부문이 신재생에너지를, 케미칼 부문은 수소 생산을, 첨단소재 부문은 수소 저장을 담당한다. 한화파워시스템이 충전 사업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수소연료전지 등 활용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수소 생산을 위한 자체 수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수전해 기술은 크게 알카라인 수전해(AEC)와 양이온 분리막 수전해(PEMEC),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AEMEC),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가 있다. AEC는 가장 기술이 성숙한 단계이지만 생산성이 낮고, PEMEC는 생산성은 뛰어나지만 이리듐과 같은 값비싼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SOEC는 더 기술 개발이 필요한 단계다. 한화는 이 가운데 AEMEC 방식 기술에 힘쓰고 있다. 2024년이면 상용화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2024년부터 국내 사업을 공고히 하고 사업을 확대해 2027년부터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2030년 ’글로벌 탑티어(Top-tier)’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손 센터장은 “기술 개발과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수소산업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친환경에너지 사업처럼 한화가 수소산업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