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 분야 전문가인 박상길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조선비즈가 17일 개최한 ’2021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스위스의 폴 쉐러 연구소, 독일의 카를스루에공대 등 국내외 원자력 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전력 (25,050원 ▲ 0 0.00%)의 해외 원전 수출 사업 전반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수출자문단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올해 미래에너지포럼은 온라인으로 진행돼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박 위원은 이날 ‘미래형 원전을 통한 탄소중립과 수소경제 실현’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한국이 온실가스 ‘넷 제로’(순배출량 0)로 가기 위해선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시설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라며 “파리협약 선언대로 감축하려면 2017년 탄소 배출량 대비 약 50~60%를 감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을 꼽았다. 그는 “올해 초 유엔은 원자력발전이 지속가능개발목표(SDG) 17가지 가치와 부합한다고 발표했고, 지난 4월 유럽연합(EU)도 (원전을) ‘그린 에너지’로 분류했다”라며 “EU 산하 공동연구센터(JRC)에서도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원자력이 인류 건강과 환경에 더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이 그린 에너지로 분류될 수 있음을 유럽연합에서 선포한 셈이란 게 박 위원의 설명이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 높다고 한다. 박 위원에 따르면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올해 2월 발표한 일명 ‘탈탄소 포트폴리오’ 자료를 보면 10대 기후혁신기술에 ‘소형 모듈 원자로(SMR)’가 포함돼 있다. 박 위원은 “영국 바클레이은행 역시 ‘탈탄소 미래를 위한 원자력’이란 제목의 특별 보고서를 내고 ‘ESG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원자력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라고 했다.
박 위원은 바클레이은행의 원자력 발전 전망을 토대로 앞으로 기존 대형 원전의 수명이 80년까지 늘어나는 대신 소형 모듈 원전 건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원전의 경우 재원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공사 초기 대규모의 재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장기간의 건설 기간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이같은 대형 원전의 한계를 고려할 때, SMR이 ‘다재다능한 특성을 가진 차세대 원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MR이 ‘3S’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시스템이 단순(Simple)해 제작이 쉬워 경제성을 갖췄으며, 안전(Safe)하게 관리할 수 있고 핵무기로 전용 가능성이 없어 보안(Security)성도 갖췄다는 것이다. 또 덩치가 작아 선박 추진, 해수 담수화, 극지 전기 제공 등 사용처도 무궁무진하다. 발사체 로켓에 적용할 경우, 기존 화학연료로 지구에서 화성까지 8개월이 걸리던 시간을 1개월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박 위원은 한국의 원자력발전이 나아갈 방향은 결국 SMR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 항공, 우주 등 SMR을 접목시킬 수 있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원자력 과학자로서, 과학자의 양심을 걸고 한국이 원자력 분야에 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이 우수한 원자력 기술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시대를 열어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