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과 같은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뿐 아니라 페이팔처럼 중앙화된(centralized) 원장까지 다 묶을 수 있는 ‘인터레저 프로토콜(Interledger Protocol, 이하 인터레저)’이 금융의 미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테판 토마스(Stefan Thomas) 리플(Ripple) 최고기술경영자(CTO)는 “10년 후 현재를 돌아보면 지금의 블록체인 기술은 단지 촉매제(catalyst)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8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8 미래금융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등장한 토마스 CTO는 행사 후 인터뷰에서 금융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인터넷 프로토콜(Internet Protocol, IP)’이 현재 인터넷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인터레저가 금융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생활에서 결제·송금과 같은 금융 활동을 하려면 자산을 옮기는 다양한 수단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때 인터레저가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지금은 주차한 후 주차비를 계산할 때 비자 카드나 페이팔 중 선택해서 결제하지만, 앞으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리플 코인) 등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 이를 위해선 은행, 카드사 등 기존 금융 시스템과 블록체인 금융 시스템을 연결하는 표준이 필요하다.
토마스 CTO는 “금융 표준이 되려면 블록체인뿐 아니라 기존 결제 수단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간편(simple)해야 한다”며 “인터넷 표준을 보더라도 더 우수한 설계를 가지고 있던 OSI(Open Source Interconnect)가 더 간편한 IP에 밀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터레저에선 가장 간단한 개념인 ‘자산의 이동’을 공통분모로 보고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XRP가 연결 통화(bridge currency)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XRP는 가장 빠른 처리 속도를 가졌고 실제 금융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더 우월하다는 것이다.
토마스 CTO는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XRP 가격이 연동해서 움직이는데 XRP는 다른 암호화폐와 엄연히 다르다”며 “다른 암호화폐와 XRP의 기술을 비교하는 건 장난감 자동차와 벤츠를 비교하는 격”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XRP를 디지털 자산이라고 설명하는데, 자산 가치가 잘 오르지 않는 것 같다.
“암호화폐를 투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투자자들로 인해 가격이 단기적으론 흔들릴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다르다. XRP는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명확한 사용 사례(use case)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리플(Ripple Inc.)사가 XRP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XRP 가격이 오르면 우리도 좋다.”
-규제 리스크는 어떻게 극복하나.
“우리는 규제 당국과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피해가 적다. 고객(은행)도 계속 늘고 있어 회사 설립 후 올해 1분기에 마진율이 가장 높았다.”
-비트코인은 기축통화, 이더리움은 ICO(암호화폐공개) 플랫폼이란 지위를 가지고 있다. XRP는 개인 투자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나.
“우리 고객인 머니그램(MoneyGram)을 예로 들고 싶다. 머니그램은 미국 최대 송금 서비스 업체인데, XRP를 브리지 통화로 사용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이 개선됐다. 금융 업체 간 경쟁 촉진으로 이들이 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결과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소비하는 개인의 비용도 줄어든다.”
-더 직접적인 효용은 없나.
“우리도 처음엔 암호화폐 지갑 앱 같은 것을 개발했다. 개인이 직접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려던 건데, 이런 작업은 기업이 해야 하고 개인이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매 상황 선택을 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처리하는 것보다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더라. 결국, 기업을 거쳐 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로 선회했다.”
-한국 금융 기관과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국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부정적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빠르게 진입하진 못하고 있다. 우리의 새로운 기술을 한국 시장에 어떻게 전달할지(education) 고민하면서 동시에 전통적인 금융 기관과 협력하는 노선을 취하고 있다. 물론 국가나 규제 당국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시가 총액 세계 3위 암호화폐인 XRP를 개발한 리플엔 구글(GV),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제리 양이 설립한 벤처 펀드(AME Cloud Ventures) 등이 투자했다.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스탠다드차타드,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SBI홀딩스 등 100여개 글로벌 금융사가 고객이다.
스테판 토마스는 초기 비트코인 진영에서 활동하다가 2012년 CTO로 리플에 합류했다. 최근엔 월스트리트저널 ‘D.라이브(D.LIVE)’ 등 블록체인 관련 행사 주요 연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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